[칼럼] ‘로 코드, 노 코드’가 제시하는 현업 중심의 디지털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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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2-04-04 18:36 조회 2,692 댓글 0본문
로 코드(Low Code)와 노 코드(No Code).
디지털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단어다. 여러 해 동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과 관련한 혁신 활동을 실천해 온 기업도 더욱 구체적인 도입과 실천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이라는 미션을 가진 전담 추진 전략팀이 주도해서 나름의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궁극적인 문제는 손쉽게 풀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풀어내기 위해 로 코드, 노 코드가 매우 현실적인 해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로 코드는 약간의 코드만 사용하여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는 방법을 뜻한다. 프로그래밍 지식이나 경험이 조금 있거나 또는 최소한의 코딩을 할 줄 아는 상황에서 사용되는 말이다. 노 코드는 코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앱을 개발하고 사용하는 방법을 말한다. 프로그래밍에 관한 지식이나 경험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의 개발을 의미한다. 즉, 기존에 전문 개발자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전문적이고 복잡한 코드를 사용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어려운 코드를 몰라도 클릭 몇 번만으로도 어지간한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로 코드, 노 코드의 디지털 전환 성과
지난 몇 년간 로 코드, 노 코드를 활용한 도전이 다양한 업무 현장에서 디지털 전환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미국 엔터테인먼트·이벤트 전문 업체인 솔로몬그룹은 로 코드 디지털 혁신을 경험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솔로몬그룹은 동시에 수십 개의 대형 이벤트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해야 하는 복잡한 업무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의 맞춤형 앱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솔루션이 가진 폐쇄적인 특성 탓에 업그레이드도 할 수 없었고, 정보를 찾기 위해 몇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많았다. 비싼 비용과 노력을 들여 사용하던 전문 프로그램에서 겪는 어려움을 그대로 겪고 있던 것이다.
직원들은 계속되는 불편을 공유하면서 ‘직접 만들어볼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던 차에, 솔로몬그룹의 공동창립자이자 파트너인 조너선 푸쇼(Jonathan Fucheaux)가 멘딕스(Mendix)라는 로 코드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그는 실무자들과 공부를 시작하며 맞춤형 앱 개발에 도전했다. 고민을 직접 해결하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시작한 작업은 모든 프로젝트 정보를 앱 하나를 통해서 클릭 두 번으로 찾았다. 결국 관련 부서와 정보를 연결하는 성과를 이뤄내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로 코드 영향과 성과를 확신하게 된 현장 직원들은 각자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예를 들어, 대규모 행사장에서 수시로 드나드는 사람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리더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 축제를 준비하는 팀과 함께 사물인터넷(IoT) 자동화 게이트 앱을 만들었다. 이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집계하고 처리하는 작업을 가능하게 했다. 스스로 만들어내는 디지털 혁신의 긍정적 경험을 믿게 된 솔로몬그룹 구성원은 현업에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앱을 만들어 해결하려는 도전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현재 앱 20여 개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쓰고 있다.
다른 사례도 많다. 코딩을 전혀 모르는 65세 임원이 응용 작업을 약간 배워 현업의 업무를 로보틱 처리 자동화(RPA)로 개선하는 경험과 IT(정보기술) 배경과 지식이 없는 직원이 하나둘 동참하면서 1인 1봇의 디지털 혁신을 이뤄낸 싱가포르텔레콤의 사례도 있다. 온라인 게임 영역에서는 유저들이 직접 게임을 만들고 다른 유저들과 공유하고 즐기고 있다. 물론 프로그래머가 밤을 새워가며 만드는 복잡한 과정이 아닌, 클릭 몇 번으로 진행된다.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로 유명한 로블록스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유저들이 만든 게임 수만 2021년 기준 약 5000만 개라고 한다. 경제 주간지 ‘포브스’에서는 로 코드, 노 코드를 ‘기술 역사상 획기적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로 코드, 노 코드의 전망은 매우 밝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파워앱스와 구글의 앱 메이커, 세일즈포스의 뮬소프트, 오라클의 비주얼빌더처럼 글로벌 IT 솔루션 기업도 로 코드, 노 코드에 관심을 두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24년까지 개발되는 앱 중에서 로 코드로 개발될 앱의 비율이 65% 이상일 것으로 예측됐다. 가트너를 포함한 대표적인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의 평균 통계 자료를 들여다봐도 2027년에 로 코드, 노 코드 시장이 99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1년 기준으로 보면, 약 6년 만에 5.5배에 달하는 성장을 하는 셈이다.
우리가 로 코드, 노 코드에 적극적이어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로 코드, 노 코드는 디지털 혁신 관점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왜 여기에 더 큰 관심을 둬야 할까. 가장 큰 이유는 로 코드, 노 코드가 갖고 있는 배경에 시민 개발자(Citizen Developer)라는 묵직한 패러다임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각 기업은 전문 개발자들이 주도하는 태스크포스(TF)팀과 일부 리더 그룹이 만들어낸 가이드만으로는 현장에서 혁신과 참여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시민 개발자라는 개념은 이런 과거 중앙 공급 방식의 혁신과는 시작이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실무자가 일을 더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디지털 혁신의 현장 내재화를 가속화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것도 불과 1~2주 만에.
다시 말하면, 디지털 혁신에 가장 큰 어려움 중의 하나인, ‘디지털 주도권(Digital Ownership)’과 ‘자기 주도적 디지털 혁신(Self-Digital Innovation)’이 현장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2022년도 기업들의 디지털 혁신 전략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여러 기업이 로 코드, 노 코드를 활성화하기 위한 시민 개발자 양성을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 61%가 시민 개발 이니셔티브를 실행하고 있으며 2023년까지는 시민 개발자 수가 전문 개발자 수의 네 배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혹시 로 코드, 노 코드를 활용한 내부 조직의 디지털 혁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한 가지는 꼭 챙겨보자. 로 코드, 노 코드를 바라볼 때 ‘기술 자체의 활용’에서 벗어나서 ‘어떤 이슈를 해결하고 어떤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 것인가’라는 시각이 더 중요하다.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업무 관련 지식과 정보 부족을 해결해줘야 한다. 도구(툴) 학습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업의 문제를 정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로 코드, 노 코드를 활용한 디지털 혁신 사례를 보면 빠지지 않는 핵심 성공 포인트다. 일주일 만에 내가 스스로 만들고 써보는 디지털 혁신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자기 주도적 디지털 혁신은 국내 기업의 디지털 혁신 성과 창출에 새로운 경험을 제시할 것이다.
김광진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이코노미조선에 해당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칼럼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