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2025 돌아보기: K-잘파 소비코드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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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026-01-21 10:30 조회 7 댓글 0본문
※ 'K-잘파 소비코드' 콘텐츠는 총 2편으로 연재됩니다. 1편 바로가기
잘파(Zα) 소비 트렌드 Big 5
3) AI with Me
“재미, 일상, 감정을 나누는 생활밀착형 AI 활용”
잘파 세대에게 AI는 효율의 도구 그 이상이다. 이들은 AI를 일상 속 파트너이자 감정을 나누는 대화 상대로 활용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AI에게 좋아하는 캐릭터나 연예인, 혹은 자신이 만든 가상 인물의 인격과 말투를 학습시켜 대화하는 ‘캐릭터 챗봇’의 유행이다. 잘파 세대에게 잘 알려져 있는 글로벌 AI 플랫폼 Character.ai에서는 사용자가 직접 가상인물 챗봇을 만들고 공유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상의 AI와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감정적 몰입을 나눈다.
플랫폼에 따르면, 사용자들의 평균 체류시간은 80분으로, 이는 인스타그램이나 챗GPT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가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2024년 ‘캐릭터챗’ 서비스를 출시해 호응을 얻었으며, 국내 AI 스타트업 뤼튼은 같은 기능을 발전시켜 올해 초 ‘크랙’이라는 단독 서비스로 정식 출시했다.
또 하나의 특징적인 AI 활용 영역은 ‘심리 상담’이다. 국내 리서치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Z세대 구직자의 73%가 ‘실제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에게만 고민을 털어놓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Character.ai의 인기 챗봇 중 하나인 ‘Psychologist(심리상담사)’는 지금까지 무려 1억 9천만 회 이상의 대화를 기록하며, 플랫폼 내 최다 이용 챗봇으로 BBC에 소개되었다. 이는 단순히 높은 접근성 덕분만이 아니라, 비판받지 않고 안전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존재로서 AI에 대한 신뢰가 높음을 보여준다.
이전 세대에게 AI는 신기한 도구이자, 학습해야 할 신기술에 가까웠다. 반면, 잘파 세대에게 AI는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주어진 환경이다. 이들에게 AI는 더 이상 놀랍지 않으며, 일상에서 만나는 놀이, 정서 관리, 자기 표현의 수단이다. 앞으로 브랜드가 AI를 비즈니스에 활용함으로써 잘파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기술의 정교함 보다도 ‘얼마나 자연스럽게 감정적으로 연결되는가’가 핵심이 될 것이다.
4) 마이크로 재테크
“매일, 작게 굴리며 배우는 재테크 감각”
잘파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어릴 때부터 자산 감각에 눈을 뜬 경우가 많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재테크 경험이 있는 19세 이상 Z세대의 27.2%가 성인이 되기 전 이미 투자를 시작했다. 또한 Z세대의 83.9%가 저축 및 투자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Z세대가 가진 투자에 대한 관심은 디지털 친숙성, 소액의 자산이라는 또다른 특성과 맞물려 ‘마이크로 재테크’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포토카드 중고 거래로 수익을 얻는 이른바, ‘포테크(포토카드+재테크)’다. 포토카드란, K-Pop 아이돌의 사진을 명함 사이즈로 인쇄한 카드로, 앨범 구매 시 랜덤으로 1장씩 포함되어 있다. 팬들 사이에서 한정판 포토카드는 그 희소성 덕분에 중고 거래 시장에서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에 거래되기도 하며, 실제로 이를 수익으로 환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포토카드만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중고 거래 앱도 등장했다.
포토카드 전문 중고거래 앱 ‘포카마켓’
출처: 포카마켓
마이크로 재테크의 또 다른 형태로 ‘앱테크(App+재테크)’가 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퀴즈 풀기, 광고 보기, 룰렛 돌리기 등 간단한 활동을 수행하고 포인트를 적립하는 것을 말한다. 수익은 적지만, 게임처럼 재밌고 성취감이 있어 잘파 세대 사이에서 인기다. 실제로 국내 트렌드 미디어 캐릿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잘파 세대의 약 80%가 앱테크에 참여한 적이 있으며, 참여자의 절반은 매일 참여하고 있다. 예컨대 서울시의 건강 앱 ‘손목닥터 9988+’는 하루 8,000보를 달성하면 200포인트를 지급한다. 포인트는 ‘서울페이’로 전환해 현금처럼 활용할 수 있다.
신한은행 모바일 뱅킹 앱 쏠(SOL)은 올해 KBO야구팬을 대상으로 앱테크 서비스를 런칭했다. 고객이 선택한 야구팀의 승패, 경기 기록을 빙고판에 채워 달성하는 ‘쏠빙고’, 야구 관련 상식 퀴즈를 맞추는 ‘쏠퀴즈’를 통해 포인트를 제공한다.
KBO 야구팬을 대상으로 한 신한은행 앱테크 서비스 ‘쏠야구+’

출처: 신한은행 페이스북
잘파 세대는 연예인이나 스포츠팀을 응원하는 취미 활동, 걷고 뛰는 일상 활동을 통해 금전적 가치를 만들어낸다. 즉, 단순히 소비하거나 저축하는 것을 넘어, 자신이 선호하는 영역 안에서 작은 단위 수익화를 실현해 가치를 순환시키는 방식에 익숙한 것이다. 앞으로 브랜드가 잘파 세대 소비자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소비 경험이 곧 가치 순환으로 연결되는 구조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5) 반응의 역설
“디지털에서는 가장 빠르지만 현실에서는 멈추는 세대”
올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밈(meme) 중 하나는 ‘젠지 스테어(Gen Z stare)’다. 대화 중 상대의 말에 반응하지 않고 한동안 무표정하게 응시하는 Z세대의 모습을 꼬집은 한 SNS 게시 영상이 발단이 되었다. 이 현상은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국내에서도 ‘나도 당한 적 있다’, ‘대체 왜 저러는지 궁금하다’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잘파 세대가 자라 온 환경을 알 필요가 있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둘러싸여 있었고, AI와 알고리즘이 모든 정보를 즉시 제공하는 세상에서 성장했다. 또한 ‘좋아요’나 ‘하트’, 이모티콘 등 즉각적이고 단순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데 익숙하다. 그런데 반면, 오프라인에서 다양한 사람의 표정, 말투, 분위기와 같은 미묘한 신호를 해석하고 반응해 본 경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특징이 있다.
그로 인해 현실 대화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면, 상대의 말의 의도나 정서를 즉각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 젠지 스테어 현상은 바로 그 소통 지연의 단면을 보여준다. 디지털 공간에서는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하지만 현실 맥락을 따라가는 속도는 느린, 일종의 ‘역설적 반응 구조’를 지닌 것이다.
잘파 세대의 이러한 역설적 반응 구조는 이들을 소비자로 만나게 될 기업과 브랜드, 그리고 구성원으로서 함께 할 리더와 조직 모두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우선, ‘소비자로서의 잘파’는 예측 가능하고 빠른 응답, 감정적 부담이 적은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셀프 픽업, 무인 매장, 간단하고 자동화된 서비스는 대면 상황에서의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여주며 그만큼 안정감과 통제감을 제공한다. 물론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설계가 모든 브랜드에게 정답은 아니지만, 즉각적이며 명료한 상호작용을 편안하게 느끼는 세대적 감수성을 이해하는 것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또한, ‘구성원으로서의 잘파’는 이전 세대에 비해 감정 표현이나 즉각적 반응이 적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무반응’을 무관심이나 소극적 태도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적극적 피드백을 강요하기보다, 스스로 반응할 수 있는 안정한 구조와 여백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세대 배려를 넘어,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새롭게 설계해야 하는 기준 변화로 이해할 수 있다.
<참고자료>
·『트렌드 코리아 2026: 2026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전망』.미래의창, 2025 / 김난도 외
·『트렌드 코리아 2025: 2025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전망』. 미래의창, 2024 / 김난도 외
·『잘파가 온다: 역사상 최대 소비 권력이 장악할 글로벌 마케팅 트렌드』. 한국경제신문, 2023 / 황지영 저
· “트렌드 리포트: Gen-Z Voice”,2025. 2월호~9월호, 대학내일20대연구소
· “일 시켰는데 무표정으로 빤히… Z세대 젠지스테어 엇갈린 시선”, 2025.09.06, 매일경제
· “라부부 유행 공감 못 하는 분 보세요”, 2025.08.19, 캐릿
· “클릭 몇 번에 돈 번다, 세금폭탄 금융지식 걱정없는 재테크 비법”, 2025.6.18, 매일경제
· “부처님, 저는 오늘도 무소유하러 가서 풀소유하고 말았습니다”, 2025.5.5, 한경비즈니스
· “한 장에 정리한 세대구분도 2025 ver.” 2025.1.21, 캐릿
· “Character.ai: Young people turning to AI therapist bots”, January 5, 2024, BBC 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