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직에서 ‘권한위임’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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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4-06-05 10:43 조회 620 댓글 0본문
최근 업무 배분에 대한 리더들의
고민이 많아진 듯 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에 비해
해야 할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요즘 리더들은 과거 선배들처럼 지시만 하고 해 온 일에 대해 승인만
하면 안 된다.
우선 실질적인 실무를 해야 한다. 영업도 해야 하고 보고서 자료도 직접 만들어야 한다. 업무를 지시를
해도 무조건 ‘예’라고 시원하게 답하는 구성원들도 찾기 어렵다. ‘왜요’라는 질문을 수시로 하고 굳이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말과
표정으로 당당하게 표현한다.
리더라는 것이 원래 다수의 구성원들과
함께 성과를 만들어내는 자리이다 보니 넘치는 일을 어떻게 배분하고 이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중간관리자들 또한 초기 밀레니얼 세대로서 개인주의적 성향도 강하고 사람과의 갈등상황을 맞닥뜨리며 일하는
경험과 훈련이 다소 부족하기도 하다.
필자는 리더들에게 단순히 업무
배분을 잘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좀 더 확장된 시야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로 권한위임이다. 필자가 정의하는 권한위임은 ‘업무와 그 수행에 필요한 힘(권한)을 넘겨주고 결과에 대한 책임의식을 불어넣음으로써 구성원들의
역량을 확대시키는 과정’이다.
실제 업무현장에서 구성원들은 “권한은 주지 않고 업무만을 위임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만을 전가한다”, “지금
하는 일이 더 중요한데 원하지도 않는 일만 더 많아진다”, “도전적인 업무에 대한 학습기회와 교육 기회를
주지 않는다”와 같은 불만을 쏟아낸다. 위의 정의에는 제대로
된 권한위임에 대한 방향성이 잘 포함돼 있다.
재정의돼야 하는 리더의 역할
리더로서의 업무를 완성하고 구성원들의
역량 향상에 꼭 필요한 것이 권한위임인데 실천을 방해하는 요소들도 당연히 존재한다. 먼저 불안이다. 구성원이 일을 다 맡아서 다 해버리면 내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존재한다.
실제 필자 주변의 한 능력 있는
엔지니어는 자신이 50살이 넘으면 그때부터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겠다고 말한 사례도
있었다. 이 정도까지는 않더라도 만약 내가 2주간 휴가를
갔는데 아무도 나에게 메일도 메시지도 보내지 않는다면 과연 편하고 좋기만 할까.
다음은 불신이다. 직원들의 역량을 믿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리더들은 자신의 일
대부분은 구성원들에게 위임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후배들이 수준미달이라 설명하고
훈련하는 것이 힘들고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고 불평한다.
마지막은 불통이다. 자신이 기대한 수준의 결과물을 경험과 역량이 부족한 후배들이 도출하기 위해서는 업무의 각 단계마다 소통을 잘하며
관리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학습하고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리더 역할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리더는 팀 전체의 성과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단순히 자신의 일만 잘하면 되는 실무자가 아니라 구성원들을 성장시키며 함께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본인 역할을 잘 인식해야 권한위임의 필요성과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하반기에 국내 대기업 팀
리더들과 권한위임을 주제로 그룹 코칭을 진행했었다. 참석했던 리더들 대부분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을
도와주니 매우 고마운 존재라고 언급했다. 그런데 한 팀장이 그 생각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구성원들이 자신의 업무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역할을 ‘구성원 본인의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정의한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팀 리더로서 팀의
큰 방향을 공유한 뒤 개별 업무는 각자 추진하되 이 중 문제가 발생되거나 잘 풀리지 않는 업무 중심으로 자신과 논의하는 것으로 팀 규칙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권한위임과 관련한 리더 역할에 대해 통찰과 공감을 이끌어낸 사례다.
중장기적 판단이 필요한 업무, 핵심인재 양성, 구성원 코칭, 전사적 전략 실행, 다른 부서와의 업무 조율 등을 들 수 있다.
반면에 맘 편하게 위임할 수 있는 업무도 있을 것이다. 매일 또는 주간 단위로 이루어지는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업무, 다른 팀과 연관 없이 우리 팀 내부만 고려하면서 처리할 수 있는 업무, 규정만 준수하면 처리될 수 있는 업무 등이다.
편견에 빠지지 말고 관찰하라
그런데 업무와 관련해 리더가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바로 필요 없는 일들을 지속적으로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다. 팀원들이 제일 싫어하는 상사는 넘치는 의욕 때문에 계속해서 일을 벌이거나 위로부터 무조건적으로 받아오는 상사다.
물론 팀 성과를 위해서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동시에 기존에 하던 업무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보고서를 간단하게 줄이거나, 회의를 없애거나, 재택을 통해 출퇴근 시간을 줄이는 등등의 노력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다음은 ‘누구(Who)’에게 위임하는지 결정하는 것이다. 구성원들은 역량, 태도, 업무 속도, 성과 수준 등에 있어 개인별 차이가 있고 리더들은 이 점을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여기서 유념할 사항은 이런 차이가 계속해서 변한다는 것이다.
늘 잘하던 직원이 갑자기 성과가 훅 떨어질 수도 있다. A 업무를 못했던 친구가 B 업무는 잘하기도 한다. 그래서 관리자는 편견에 빠지지 말고 지속적이고 객관적으로 구성원들을 관찰해야 한다.
이에 더해 업무 배분 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먼저 직무경험과 관련된 것이다. 이 일이 처음인지, 여러 번 해봤는지, 과거에 많이 한 업무인지, 아니면 최근까지도 많이 하는 업무인지를 확인한다. 이를 기반으로 이 직무를 다른 사람과 함께해야 하는지, 리더의 코칭을 받으며 혼자 할 수 있는지, 도움 없이 단독수행 가능한지, 혹은 다른 사람을 코칭하는 수준인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구성원들은 사자 새끼 키우듯이 절벽에서 떨어뜨리고 알아서 기어 올라오게 하는 식으로 키우면 안 된다. 올라오기도 전에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휙 가버릴 수 있다. 개인과 업무를 세심하게 살피며 배분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과거보다 훨씬 더 필요해졌다.
이제 ‘방법(How)’적인 부분을 살펴보자. 가장 우선적으로 챙겨야 하는 것은 업무의 방향성과 끝그림 제시다. 기대하는 목표와 성과수준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합의해야 한다. 이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에코브리핑(Echo Briefing)’이다. 구성원들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질문하고 대답을 들으면서 이해 정도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이번 업무의 목표가 무엇인지, 당신이 이해한 대로 내게 한 번 설명해 보게’라고 하는 것이다. 다음은 구성원들이 필요한 자원과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추진배경(이번 조사는 내년 사업방향을 정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지시한 사항이야), 레퍼런스(작년에 김 과장이 진행했던 보고서를 줄 테니 읽어보게), 노하우(이곳에 참고할 만한 자료들이 있을 거야) 등을 친절하게 제공하면 좋다. 또한 예산, 사람, 시간(기존 업무를 오전에 하고 오후에는 이 업무에 매진하게)에 대해서도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현장에서 가장 고민이 많은 회색지대 업무에 대한 일이다. 당연히 연초에 세웠던 팀과 개인 업무계획에 포함되지 않는 일들이 늘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구성원에게 관련 일을 시키면 “이 일을 왜 제가 하나요”라며 반문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이 회색지대 업무를 평가항목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회색지대 업무를 하기 싫은 이유는 이 일을 해봤자 나한테 이로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이 알아서 정하고 나누도록 하는 방법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마무리 질문이다. 당신은 일 잘하는 직원에게 업무를 위임할 것인가, 아니면 위임을 함으로써 일을 잘하게 만들 것인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고민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확실하게 아는 것이 있다. 일터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방법은 바로 그 일을 직접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임주영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IGM 한경비즈니스 칼럼을 정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