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업에서 젊은 리더들이 부상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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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3-12-06 10:02 조회 1,047 댓글 0본문
필자는 현 조직에서 강의와 연구개발을 주 업무로 하고 있고 동시에 ‘시니어
리더’라는 역할도 맡고 있다. 이제 곧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되는데 최고참 시니어로서 젊은 후배 직원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방식으로 함께 업무를 진행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문득 현재 세상을 움직이는
기업의 리더들이 조직에서 중책을 맡았던 나이는 몇 살이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조사해보니 역시나 놀랍다. 애플의 현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은 38세에 사업운영부문 수석부사장을 역임했다. 아마존 CEO인 앤디 재시는 38세에
클라우드사업부 설립을 주도했다. 디지털 기업만 이런 것도 아니었다.
유통공룡인 월마트 CEO인 더그 맥밀런은 40세에 샘스클럽 영업담당 사장을 맡았다. 최근 한국 언론에서도 ‘3040 임원 등장’, ‘대기업 중심으로 파격 인사 증가 추세’라는 등의 기사 제목을 여러 번 봤는데, 실제 힌국 기업 임원들도
세대교체가 가속화 중인 듯 보인다.
한국 기업도 세대교체 중
지난해 CEO스코어가 발간한 ‘주요
대기업 그룹 미등기임원 평균 나이’에 의하면 네이버가 46.3세로 1위, 카카오가 46.4세로 2위였다. 3위는 CJ로 50.6세, 4위는 삼성으로
52.0세였고, 그 뒤로 10위까지 임원들의
평균 나이가 53세가 되지 않았다.
증가하고 있는 젊은 리더
중용, 그 배경은 과연 무엇일까. 당연히 시대의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리더의 모습이 바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산업별로 경계가 있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했던 과거의 경영 환경에서는 철저한 계획·통제·관리가 경쟁우위의 원천이었다.
이에 풍부한 경험과 연륜을 갖춘 리더가 필요했었다. 이제 디지털 대전환 속 산업 간 무경계성·역동성·불확실성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경영 환경에서는 새로운 성공 방정식이
요구된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는 혁신과 속도가 경쟁우위의 원천이 됐고 새로운 지식, 기술에
대한 학습 민첩성과 이를 성과로 빠르게 연결시키는 능력이 중요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조직 구성원들
중 누가 이런 일을 더 잘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대부분은 젊은 세대라는 답을 할 것이다.
이제 CEO와 인적자원(HR)은
이런 역할을 잘할 수 있는 젊은 직원들이 빠르게 핵심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미리 육성해 미래를 대비하는 것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필자는 지금까지 수많은 핵심인재 양성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최근 들어 뚜렷이 감지되는 변화들이 있다. 우선 대상이다. 과거에는 팀장·임원
등 승진 후보자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저연차·고성과 실무자까지로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내용적으로는 주로 지식·기술의 이론 이해에서 이제는 문제해결을 위한
지식·기술의 적용이 강조되고 있다.
운영방식에 있어서도 일회적이고 단절적인 이벤트적 성격이 강했다면 이제는 몇 달간 지속되는 프로그램으로 바뀌었고
학습 방식도 다양화되고 있다.
다음은 가장 중요한 결과적인 측면이다. 과거 개인에 포커스를 맞춰
개인의 역량 향상과 태도 변화가 주된 목적이었다면, 이제 조직의 변화가 주된 목적이 됐다. 젊은 리더 양성을 통해 조직은 아래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미래 먹거리 발굴 및 비즈니스 문제 해결이다. 디지털에 익숙하며
최신 트렌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젊은 구성원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경영에 적극 반영할 수 있다.
둘째는 혁신지향적 조직문화 구축이다. 젊은 세대가 주축이 돼 그들에게
적합한 수평적이고 민첩한 문화로 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실행할 수 있다.
셋째는 언제든 전진배치 가능한 미래 리더 후보자군 확보다. 주요 포지션에
적합한 잠재력 있는 인재들을 조기에 발굴하고 육성해 사업 전략 추진 시 준비된 인재를 적시에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정과 성장을 중요하게 여기는 MZ(밀레니얼+Z세대) 구성원의 직원 경험을 높이는 효과까지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핵심인재에 대한 관점 변화 필요
이제 이와 관련한 필자의 사례를 소개해 보겠다. A사는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쟁사 합병 후 양사의 장점을 살리는 시너지 구축을 목표로 여러 전략적 활동을 수행했다. 이 가운데 잠재 신사업 분야에서의 사업기회 탐색 및 추진을 핵심인재가 주도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됐고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우선 신사업과 관련 있는 인재 30명을 선발했는데 대부분이 30대 실무자였다. 이 혁신 리더 프로그램은 약 두 달간 오프라인으로
진행됐는데, 과정 초반에는 이들의 관점을 확장시키는 마중물 공급에 주안점을 뒀다.
사회의 메가 트렌드 및 산업 트렌드에 대한 이해를 시작으로 신사업 추진을 통한 성장 사례 분석 및 시사점 도출을
학습했다. 그리고 신사업 기회 탐색, 선정, 사업모델 수립방법론을 습득한 후 실제 회사에서 설정한 잠재 분야에서의 사업기회 탐색 과제를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관련 업체를 수소문해 방문하기도 하고, 업계
전문가들을 인터뷰하는 등의 열의를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총 다섯 개의 신사업 기회가 선정됐고 이 중 두 가지가 아이디어 구체화, 검증 및 사업모델 수립으로 연계돼 현실화됐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력들이 신사업 추진에 참여한 것은 당연한 것이고, 신사업에
대한 조직 구성원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는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는 것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음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조직의 사명 및 가치체계를 변경한 B사의 사례다. B사는 새로운 조직이 지향하는 ‘조직문화’를 앞장서 이끌기 위해
20~30대의 젊은 구성원들을 선발해 ‘청년중역’이라
명명한 양성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역량 강화를 위해 인사·조직 및 조직문화 관련 경영 지식을
학습했고 과업수행을 위해 실제 조직문화 개선 과제를 자체적으로 도출하고 해결방안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
프로그램은 8주간 온·오프라인 혼합 방식으로 진행됐다.
1주 차는 오프라인으로 전체 과정에 대한 오리엔테이션과 멤버 소개, 조직별 현황 공유, 해결과제에 대한 논의, 조직문화 타사 사례 및 방법론에 대한 학습을 했다.
2주 차부터 7주 차까지는
온라인으로 진행했는데, 오전에는 주제에 특화된 교육을 받았고, 오후에는
담당교수들의 코칭을 받으며 조별 과제를 함께 수행했다.
마지막 8주 차에는 다시 오프라인으로 모여 최종 결과물을 최고경영진
앞에서 발표하며 마무리했다.
청년중역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조직은 젊은 구성원이 생각하는 조직문화의 장애 요인 및 개선방안에 대한 의견을
직접적으로 청취할 수 있었다. 또 의견을 낸 당사자들이 직접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는 경험을 통해 그들의
조직 로열티도 증가했을 것이다.
참석자들 개인 차원에서는 팀 과제를 수행하면서 청년중역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미래 리더로서의 역량, 즉 조직 전체를 보는 시각, 인사 및 조직문화 관련 지식, 그리고 협업 및 문제해결 능력 등을 확실하게 자신의 것으로 학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계열사 핵심인재 간 교류 및 소통 확대라는 효과도 당연히 얻을 수 있었다.
런던 비즈니스스쿨 게리 하멜 교수는 혁신가의 자격은 그의 지위 고하가 아니라 그가 조직 내에서 수행하는 역할과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구성원과 핵심인재에 대한 관점 변화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자. 우리는 조직의 시니어로서 우리 기업의 젊은
구성원을 ‘실무자’로 보고 있을까. 아니면 우리 조직의 미래를 책임질 ‘중역’으로 보고 있을까.
임주영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한경비즈니스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해당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