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활기찬 조직 문화를 원한다면 구성원의 목적·가치관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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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3-06-12 13:36 조회 1,651 댓글 0본문
“구성원의 활기찬 모습을 보고 싶다.”
최근 기업의 리더들에게 많이 듣는 이야기다. 긴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의 터널을 지나니 경기 침체의 위기가 덮쳤다. 팬데믹 기간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펴고 경기 침체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구성원이 힘차게 뛰는 모습을 기업의 리더들이 기대하고 있다. 최근 활기찬 조직 문화를 어떻게 만들지, 기업들의 관심이 증가한 배경이다.
그런데 조직 구성원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팬데믹 기간 ‘대(大)퇴사의 시대’를 지나 최근에는 ‘조용한 사직(quite quitting)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하마터면 열심히 일할 뻔했다’ ‘직장에서 주어진 일만 하겠다’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겠다’ 등은 조용한 사직의 시류(時流)를 표현하는 말이다.
실제로 채용 플랫폼 캐치에서 1072명의 Z 세대(1997~2010년생) 취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가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면 된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활기찬 조직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요즘 세대는 의미 있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경향이 있다. 링크드인 조사에 따르면, 젊은 직원의 86%가 자신의 가치나 사명에 부합하는 회사에서 일하기 위해 기꺼이 직책과 보상을 타협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Z 세대는 조직의 성장보다는 자신의 성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앞선 캐치의 조사 자료를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월급 이상 일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단 5%만이 회사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반면, 무려 73%가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따라서 활기찬 조직 문화를 만들려면 개인의 성장 관점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대개의 경우 회사의 목적이나 가치관을 구성원에게 알려주고 싶어 한다. 그리고 회사 차원에서 구성원의 경력 개발 체계를 만들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회사 차원의 기존 접근 방식은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요즘 구성원은 회사의 가치보다 자신의 가치를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사례를 통해 해답을 찾아보자.
개인 목적 발견에 주목한 유니레버
글로벌 생활용품 업체인 유니레버는 회사의 목적을 강화하면 미래의 어떤 장애물도 뛰어넘을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믿었다. 회사가 존재하는 목적이나 이유를 구성원이 분명하게 알면 위기 상황에도 방향을 잃지 않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사의 목적을 강화하기 위한 유니레버의 접근 방식은 흔히 회사의 가치를 전파하려는 기존 방식과는 달랐다.
유니레버는 ‘지속 가능한 삶을 일상화한다’는 회사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브랜드’에서 ‘지속 가능한 인력 관계’로 기업 목적 범위를 확장했다. 지속 가능한 브랜드는 회사 관점에서 출발한 개념이지만 지속 가능한 인력 관계는 개인의 목적 관점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유니레버는 의미 있는 인력 관리를 위해선 구성원 각자가 미래에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믿었다. 유니레버가 2009년 400명이 넘는 고위 경영진을 대상으로 자신의 목적을 찾는 ‘유니레버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을 시작한 배경이다. 그리고 2021년 여름까지 유니레버 구성원의 약 40%인 6만여 명이 자신의 목적을 발견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 워크숍에 참여했다.
이 워크숍에서는 자신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향후 18개월 동안 자신이 원하는 경력 경로와 필요한 개발 단계를 작성하는 ‘미래 적합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했다. 그러면 회사는 각 개인의 계획에 맞게 지원해줬다.
회사 차원의 리스킬(reskill)이나 업스킬(upskill) 같은 용어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다.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목적에 따라 미래 적합 계획을 만들 뿐이다. 그 결과 2020년 목적 발견 워크숍에 참여한 구성원 92%가 ‘노력을 더 기울이도록 영감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조직 구성원은 신입사원과 인사를 나눌 때 자신의 목적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소개하게 됐다.
개인의 목적 공유가 일상화된 것이다.
개인 가치관 발견 돕자, 업무 참여율 높아져
1996년 식품 원료 사업을 시작한 한 국내 중소기업의 이야기다. 이 회사는 수많은 수입 원료를 국산화해 왔고, 23개국에 이를 수출하며 매년 성장해왔다. 창업주는 회사 가치관이 회사가 지속 성장한 이유라고 믿었고, 창업 이후 회사 가치관을 직원에게 계속 강조해 왔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회사의 가치관 공유가 직원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고민을 토로했다.
창업주는 필자와 함께 구성원 각자의 가치관 발견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주 1회 1시간 내외의 모임을 통해 구성원의 지난 삶을 돌아보면서 각자 자신의 존재 이유를 발견하도록 했다. 그리고 존재 이유의 실현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을 찾고 이를 위해 어떤 원칙과 기준으로 살 것인지를 정하도록 했다. 이 모임은 철저하게 원하는 구성원만 참여하도록 했다.
그 결과 참여자 대부분이 “더 굳건하게 삶을 살아 나갈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그리고 “다른 동료들의 삶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진한 동료애를 느꼈다”고 했다. 이 회사의 한 간부(본부장)는 “직원 만족도는 높아지고 퇴사율은 낮아졌다”며 “공장의 다양한 혁신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비율도 늘었다”고 했다. 이 회사의 개인 가치관 발견 워크숍은 현재 진행형이다.
구성원 각자의 목적이 분명하면 구성원 성장을 위한 기존 활동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진다. 팬데믹 기간 중 움츠렸던 조직 문화를 활기차게 바꾸고 싶다면 기존의 접근 방식을 뒤집어 볼 필요가 있다. 요즘 세대는 일의 의미와 개인의 성장에 관심이 많다.
그렇다고 기존 방식으로 회사의 가치관을 전파하고 회사가 주도하는 경력 개발 계획을 강요하는 것은 구성원에게 통하지 않을 수 있다.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목적을 찾고 이를 실현할 경력 개발 계획을 만들면, 회사는 구성원 각자에게 맞게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꿔보자. 지금은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 구성원 각자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시대다.
김용우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이코노미조선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해당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