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순환 비즈니스의 3가지 기본 모델과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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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3-12-27 11:01 조회 1,434 댓글 0본문
순환 비즈니스는 산업별 특성에 따라 다양하고 혁신적인 모델로 구현할 수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3가지 기본 모델을 결합한 형태이다. 이 글에서는 기본적인 3가지 유형인 ‘자원 회수 및 재활용’, ‘제품 수명 연장’, ‘제품 소유권 유지’를 기준으로 각각의 기업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1) 자원 회수 및 재활용 (Resource recovery)
폐기 예정인 제품 또는 제조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을 회수해 다시 제조 사이클에 투입함으로써 생산 및 폐기 비용을
절감하거나,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모델이다. 이 모델은
양질의 폐기 제품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거나, 공정 부산물 또는 폐기물이 대량으로
발생하는 기업에게 적합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생산 공정에서 사용된 후 폐기되는 화학액인 ‘에천트(etchant)’에서 연간 2.5톤의 은을 추출해, 재사용하고 있다. 에천트는 디스플레이 표면을 깎아내 더 얇게 가공하는데
쓰이는 물질로, 많게는 하루에 수십 톤이 배출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폐에천트 안에 이온 상태의 은(Ag+)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한 후,
오랜 노력 끝에 지난 2021년 금속형태의 순수 은을 추출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통해 연간 약 15억원 수준의 추가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추출한 은을 OLED 디스플레이 등 제품
생산에 재사용하여 자원 순환성을 높이고 있다.
[폐에천트에서 추출한 은(Ag)]
Source: 삼성디스플레이 홈페이지
LG에너지솔루션, SK온, 포스코 등 많은 국내 기업이 속속 진출하며 최근 급성장 중인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도 이 유형에 속한다. 수명을 다한 전기차 배터리에서 니켈, 리튬, 코발트 등 핵심광물을 추출해 가공한 뒤 배터리 소재로 다시 활용하는 사업이다.
희귀 금속을 완전 재활용하는 선순환 루프(closed loop)를 마련하면 무분별한 자원
채굴로 인한 환경 파괴를 줄이고, 자원 공급 불안정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아직은 재활용 기술 개발, 폐전지 물량의 안정적 확보 등의
과제가 남아있다.
2) 제품 수명 연장(Product
life extension)
수선, 업그레이드, 중고제품
재판매 등 제품의 수명 주기를 늘려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거나 수익을 얻는 모델이다. 제품의 수명이 늘어나면
매출이 감소한다고만 인식하기 쉽지만, 비즈니스 채널 확장을 통한 추가 수입 창출과 제품의 내구성 보증을
통한 브랜드 충성도 제고와 같은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
수명 주기 연장 모델 도입으로 가장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산업은 패션 산업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커니(Kearney)가 매년 200개 패션 브랜드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순환패션지수(Circular Fashion Index, CFX) 조사’에 따르면, 청바지 한 벌을 업사이클링하면 배출 탄소를 최대 83%까지 줄일
수 있다.
지속가능한 패션의 선도 기업인 파타고니아(Patagonia)는 2013년부터 ‘파타고니아 원웨어(Worn
wear)’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 원웨어 캠페인은 의류 무상 수선 서비스, 중고 제품을 파타고니아에서 구입해 재판매하는 온라인 보상판매 프로그램, 폐기
제품을 수거해 재생하는 재활용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에도
2015년부터 진행 중인 의류 수선 서비스의 경우, 브랜드에 상관없이 어떤 옷이든 무상으로
수선이 가능하여 파타고니아의 브랜드 가치를 널리 전파하는데 기여한다.
[파타고니아 가로수길 직영점의 원웨어 서비스]
Source: 파타고니아코리아 홈페이지
세계 최대 중고패션 유통업체 스레드업(ThredUP)은 제품 수명
연장 모델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해, 최근에는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했다. 중고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싶은 패션 브랜드와 유통 회사를 대상으로 수거, 분류, 세탁, 유통까지 필요한 서비스를 판매하는 RaaS(Resale-as-a-Service) 모델이다. 아디다스(Adidas), 크록스(Crocs) 등 많은 글로벌 의류 브랜드가
스레드업과 제휴하여 중고 비즈니스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의 청바지 브랜드 메이드웰(Madewell)의 경우, 스레드업과 합작해 중고 데님 쇼핑몰 ‘메이드웰 포에버(Madewell Forever)’를 런칭해 Z세대 고객의 큰 호응을 얻었으며 커니(Kearney)의 ‘순환패션지수(CFX)’ 상위 10개
기업 명단에 올해 처음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3) 제품 사용권 판매(Retain Product Ownership)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제품의 소유권을 가지고, 임대 및 공유의
형태로 사용권을 판매하는 모델이다. 비가동 자산을 공유하여 수요에 대응하는 공유 플랫폼, 자산을 소유하지 않고 이용량이나 이용 기간에 따라 비용을 받는 서비스형 제품(Product
as a Service)이 이 유형에 해당한다.
글로벌 건축공구 제조 업체 힐티(Hilti)는 공구 판매를 넘어서
공구 임대 서비스인 ‘FM(Fleet Management)’를 제공하고 있다. 힐티의 주 고객인 전문 건설업자들은 월 사용료를 지불하고, 필요한
공구 임대, 무상 수리, 최신 공구로 교환, 도난 보험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한다. 힐티는 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일년에 1.3만 개의 폐기 공구를 수거하고 있으며, 약 2,000톤의 철, 구리 및 알루미늄을 추출해 재활용하고 있다.
국내기업 ‘잇그린’은
서비스형 제품 모델을 이용해 친환경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잇그린의 브랜드 ‘리턴잇(Returnit)’은 스테인리스 소재의 다회용기로 배달음식을
받을 수 있도록 업체에 용기를 대여하고, 회수, 세척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 배달 앱에서 다회용기 옵션을 선택해서 이용할 수 있으며, 식사 후에 다회용기의 QR코드를 찍어 반납하면 24시간 내에 수거하는 시스템이다. 소비자가 다회용기을 구매하고 관리할
필요가 없는 ‘편리함’에 초점을 두어 서비스 이용률을 늘리고, 기존 물류 시스템과의 협업으로 비용을 효율화하여 이익을 내고 있다.
[리턴잇(Returnit)의 다회용기]
Source: 잇그린 홈페이지
미래 동력 얻으려면 근본적인 변화를 준비해야
자원 고갈과 생태계 파괴를 동반하는 지금까지의 성장 방식은 이미 한계에 직면했다. 새로운 자원의 채취와 경제적 성장을 분리하는 순환 경제 구조가 주목받게 된 이유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말 ‘순환 경제 사회 전환 촉진법’이 국회를 이미 통과하여, 2024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미래 생존을 위해서, 순환 비즈니스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순환 비즈니스가 고비용으로 인해 부실화되거나 진정성 없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이
되지 않으려면, 비즈니스 모델 차원의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기업이
단순히 친환경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장단기적으로 분명한 이익 모델을 마련해야 진정한
순환 경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 대응을 위한 한시적 변화가 아닌,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References>
· “The Kearney CFX 2023 report: consumers don’t know and brands don’t act”, 2023.5.26, Kearney
· “The value chain of today doesn’t work for a circular tomorrow”, 2023.6.4, Accenture
· “The Circular Business Model”, 2021.7, HBR
· “Mapping the benefits of a circular economy”, 2017.6.1, Mckinsey Insights
· 김준수 외, “선형경제에서 순환경제로의 전환”, 2021.03.17, 한국자원리싸이클링학회
· “제품 만들 때부터 중고 활용 전략 브랜드 가치 높이고 신규 수익원 창출”, 2021.8, DBR
· “폐기물에서 은을 만들어내는, 놀라운 ESG 연금술”, 2021.5.31,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
· 정용석, “너도나도 뛰어드는 폐배터리 사업, 실제 돈 버는 기업은 소수?”, 2023.8.9, 시사저널e
· 정슬기, “옷도 고쳐서 오래입고, 사람도 정년없이 오래 쓰고”, 2023.7.10, 매일경제
· 김유진, “잇그린, 셀링포인트를 친환경이 아니라 편리함으로 바꾼 이유”, 2023.5.11,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