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핵심 인재가 떠나지 않게 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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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3-11-20 11:37 조회 1,451 댓글 0본문
현재 우리를 둘러싼 경영 환경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불확실성과 영역의 경계를 넘어선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업이 지속 성장하고, 경쟁 우위를 갖게 하는 가장
중요한 경영 자원은 무엇이며, 기업의 지속적 경쟁 우위의 원천으로서 핵심 역량은 어디에 그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일까?
많은 요소가 있겠지만 빠지지 않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인적 자원이고, 그중에서도 기업을 이끌어가고 성과를 뚜렷하게 나타내는 핵심 인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핵심 인재 확보와 유지는 기업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됐다.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은 과거 공개 석상에서 “만약 우리 회사에서 핵심 인재 20명을 빼앗아 간다면 우리 회사는
별 볼 일 없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20명의
핵심 인재가 MS를 이끌고 있다는 말에는 약간의 과장이 섞여 있겠지만 적어도 이 말에는 힘들여 확보하고
육성한 핵심 인재의 이탈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담겨있다.
하지만 채용 플랫폼 업체인 ‘사람인’이
국내 기업 538개 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핵심 인재로 평가되는 인력의 25%는 언제나 이직할 의사가 있다고 조사됐다. 우수한 인재로 인정받으며
일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기회가 오면 회사를 떠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들의 이탈을 막지 못한다면 당장의 업무 공백, 핵심 정보와
지식 유출, 시간과 자원 낭비는 물론, 어찌 보면 장기적인
회사의 미래 계획까지 수정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러한 핵심 인재의 이탈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통해 같이 고민해 보도록 하자.
성장 기회 제공하는 듀폰의 CP 제도
기업 역사가 200년을 훌쩍 넘은 다국적 화학 업체 듀폰(1802년 설립)은 핵심 인재 이직률이 제로(0%)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기록을 만들어 낸
비결은 CP(Corporate Promotables)라고 불리는 듀폰의 핵심 인재 제도 덕분이다. 듀폰은 이들에 대해 금전적인 보상을 하지는 않지만, 지속적인 성장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이 같은 경이적인 기록을 만들어 냈다. 그렇다면 듀폰의 CP 제도는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같이 확인해 보자.
먼저, 듀폰은 핵심 인재 선발에 있어서 두 가지 요소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하나는 지속적으로 우수한 업적을 내는 성과이고, 또
하나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다. 이런 핵심 인재는 듀폰 직원 약 6만 명 중 5% 정도인 약
3000명 내외이며, 듀폰코리아의 경우 현재 약 25명
정도가 여기에 포함돼 있다.
선발된 핵심 인재는 나라별로 경력 개발과 보직 이동 필요성에 따라 네 개
그룹으로 분류되고, 그룹별로 1년에 네 번씩 각 나라의 경영진과
면담하게 된다. 또한 3년 이내에 다른 부서로 옮겨져 새로운
업무를 맡게 돼 일반 직원보다 더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후 필수적으로
다른 대륙의 국가로 파견돼 새로운 경험을 쌓게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핵심 인재는 글로벌한 경력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경력 계획과 역량 개발을 수립하게 된다. 그리고 핵심 인재의 경력 개발은 단순히 계획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획 대비 실행 여부를 확인해 승진 평가에
활용하기도 한다. 듀폰이 이렇게 핵심 인재에게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이들 핵심 인재가 바로 기업의
영속 경영을 가능하게 만드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자부심 심어주는 애플의 ‘Top 100’
애플은 핵심 인재를 유지·관리하기 위해 ‘Top 100’이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Top 100은 연말
평가를 통해 회사에 가장 많이 공헌한 핵심 인재 100명을 선발한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핵심 인재로서의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세 가지 특혜를 제공한다.
첫째, 회사의 미래 비전 달성을 위한 전략 공유다. 이들은 반기에 한 번씩 각 나라의 최고 경영진이 참석하는 전략 회의에 참석하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그 자리에서 핵심 인재들은 회사의 비전 달성을 위한 전략과 미래 청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듣고, 최고 경영진과 함께 토론하며 회사의 미래
전략을 함께 수립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둘째, 신제품에 대한 선제적 경험을 제공받는다. 뉴스를 보면 며칠씩 밤새워 애플의 1호 모델을 가지려는 진풍경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은 애플이 개발하고 있는 아이패드(i-pad), 애플워치
같은 신제품을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영광’을
얻게 된다. 그리고 단순히 경험하는 것뿐 아니라 테스트를 통해 개선 아이디어를 제공하게 되며, 이것이 실제로 구현되는 결과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셋째, 막대한 금전적 보상 제공이다.
회사는 핵심 인재에게 앞서 이야기한 것 외에 엄청난 금전적 보상을 제공한다. 회사는 2022년부터 개인당 최대 18만달러(약 2억원)의 보너스를 4년간 지급한다. 회사는 이들에게 일반 직원과 다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애플의 핵심 인재라는 자부심을 불러일으킨다.
애플이 이렇게 차별적인 핵심 인재 제도를 운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직원을 똑같이 대우해서 핵심 인재가 불만을 느끼게 되고 결국 이들이 떠난다면, 그것이야말로 훨씬 더
큰 손해라고 믿는 애플의 확고한 철학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로 그해에
Top 100에 포함된 핵심 인재는 그다음 해에 이탈률이 1% 미만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차별적으로 운영되는 Top 100에 대해 일반 직원은
불만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애플 내부에서도 핵심 인재와
일반 직원을 차별 대우하는 것에 대해 많은 불만이 생기고, 구성원의 사기가 떨어지고, 불필요한 내부 갈등을 부추긴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플은 Top 100의 명예를 절대적으로 두지 않았다.
Top 100 멤버는 해마다 새롭게 선발되며 조금이라도 능력, 성과 또는 가능성이 부족하면
멤버에서 제명된다. 그렇기 때문에 핵심 인재는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일반 직원은 Top 100의 새로운 멤버가 되기 위해 서로가 더욱 노력하게 되는 ‘건강한 조직 문화’를 형성한다.
앞으로는 ‘재능 전쟁(War of
Talent)’이라고 불릴 만큼 핵심 인재의 확보와 유지 경쟁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업의 지속 성장과 직결돼 있다고 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핵심 인재가 이탈하지 않고,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리더로 잘 성장할 준비가 됐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
봐야 한다. 그리고 각 회사에 맞는 방법을 찾아 핵심 인재 이탈을 막을 방법을 적용해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화평 IGM세계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
* IGM 세계경영연구원은 이코노미조선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해당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