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마존·넷플릭스·삼성 성공 이끈 리더의 3가지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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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1-05-03 18:13 조회 4,787 댓글 0본문
디지털 혁신은 스타트업보다 전통적 기업에서 성공시키기 훨씬 어렵다. 기업이 설립된 후 지속해서 쌓아온 유산과 전통이 혁신을 방해하는 관성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통 기업에서 디지털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리더가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세 가지로 짚어본다.
1│기술 혁신으로 얻어질 미래를 상상하라
이 커다란 상상을 리더 홀로 짊어질 필요는 없다. 이미 많은 상상이 우리 주위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바로 공상과학(SF) 장르물. 우주 탐험기를 다룬 SF물인 '스타트랙'에는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술과 안주를 만들어내는 기계가 등장한다. 기계의 이름은 리플리케이터(Replicator). 원자 재배열을 통해 원하는 물체를 만들어낸다. 얼핏 현실화가 불가능할 것 같은 이 상상을 '내추럴머신'이라는 스페인 기업이 '푸디니(Foodini)'라는 기계로 구현해냈다. 캡슐로 된 식자재를 넣으면 다양한 음식을 찍어낼 수 있는 일종의 3차원(3D) 푸드 프린터다. 웨어러블 로봇, 자율주행차, 홍채 인증, 드론 택시, 범죄 예측, 증강현실(AR) 등의 최첨단 기술은 우리가 모두 SF 장르물에서 한번쯤 본 적 있는 것이다.
실제로도 혁신 기술을 선도하는 많은 기업의 리더가 영감의 원천으로 SF 소설을 꼽는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은 닐 스티븐슨의 '스노우 크래쉬'를 읽고 세계 최초의 영상 지도 서비스인 '구글 어스'를 개발했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닐 스티븐슨의 소설 '다이아몬드 시대'로부터 최초의 전자책 '킨들'을 구상했다.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설립할 때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의 영향을 받았다. 이미 SF가 현실이 된 요즘이기에 더더욱 SF 장르물은 리더들에게 풍부한 영감을 제공하는 원천이 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엔지니어가 회로가 새겨진 포토마스크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2│안락함 버리고 혁신을 기존 사업 파괴로 연계하라
넷플릭스의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대여점에서 비디오를 빌려보던 1990년대에 이미 인터넷으로 언제 어디서나 영화나 드라마를 감상하는 미래를 상상했다. 그렇게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로의 미래를 설정하고 착실하게 기술을 활용한 결과, 넷플릭스는 OTT 산업의 최정점에 섰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어떤 기술의 '폭발 시점'을 기다리면 사업 측면에서는 너무 늦어버리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2030년에는 TV 방송 시스템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혁신적 기술은 출발점일 뿐, 이를 성과로 만드는 것은 기존의 안락한 사업 영역에서 불편하고 불안해 보이는 사업 영역으로 과감하게 뛰어드는 도전이다. 후지필름은 디지털카메라의 원천 기술을 개발했으나 이를 비즈니스 혁신으로 연결하지 못한 탓에 디지털카메라의 위세에 눌려 망한 회사가 됐다.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마우스의 원천 기술을 개발한 것은 팰로앨토에 있는 제록스의 연구소이지만, 그걸로 비즈니스 성과를 얻어낸 것은 그 기술의 시장 가치를 알아보고 집요하게 소비자가 구매할 만큼 저렴하면서 획기적인 제품을 만든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다. 노키아도 다르지 않다. 노키아는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을 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피처폰 사업에 집착한 끝에 멸망의 길에 들어섰다.
반면 삼성전자는 1980년대에 일본의 한 연구소에 반도체 사업에 대한 전략 분석을 문의했다. 이 연구소는 한국 시장이 너무 협소하고, 반도체를 생산할 기술력이 없고, 마지막으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반도체 사업 진출을 반대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기존 사업의 안락함에 머물기보다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기를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지금의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넷플릭스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1990년대에 이미 인터넷으로 언제 어디서나 영화·드라마를 감상하는 미래를 상상했다.
사진 블룸버그
일론 머스크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공상과학(SF) 소설 ‘파운데이션’을 읽고 나서 ‘스페이스X’를 설립했다.
사진 블룸버그
3│리스킬링 통해 기술 혁신을 구성원 성장의 디딤돌로 만들라
사실 그동안의 디지털 혁신은 외부 영입에 기댄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리스킬링(reskilling)과 업스킬링(upskilling)이라는 이름의 내부 육성이 강조되는 추세다. 특히 전통적 기업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내부 혁신을 추진할 때는 더욱더 그렇다. 기술 분야 전문가들이 현업 특유의 생리를 모르는 탓에 생기는 문제가 의외로 많아서다.
싱텔(Singtel)은 임직원 2만3000여 명이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쓰는 것을 목표로 디지털 교육을 제공한다. 싱텔의 최고경영자(CEO)인 추아 속 쿵은 "우리 조직원 모두는 앞으로 각자의 개인 비서로 자신만의 로봇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모든 직원을 위한 봇 개발 프로그램(Bot for Every Employee)에 투자했다. 이 프로그램은 정보기술(IT) 관련 지식이 전혀 없는 직원에게 RPA 개발에 필요한 교육을 제공해 업무 프로세스를 가장 잘 아는 직원이 로봇을 직접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줬다.
이 프로그램은 RPA를 전혀 모르던 65세의 발레리 영 탄이라는 임원이 RPA를 직접 만들고 분기별 해커톤에서 2위를 차지하는 데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발레리 영 탄의 이름을 딴 '발봇(Valbot)'은 55개 부서에 필요한 교육·개발 예산서를 작성하는 시간을 4시간 반에서 단 1분으로 줄였다. 4일간의 사내 로봇 메이커 훈련 결과 RPA는 직원들이 고부가 가치의 일을 하도록 이끌어 줬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 또한 디지털 전환을 지속하는 힘은 결국 구성원에게 있다는 판단하에 기존 직원의 리스킬링과 업스킬링에 대대적으로 투자했다. 일례로 DBS는 디지털 시대의 금융 환경에 따라 13가지 신설 직무를 구축한 후 콜센터 직원 재교육을 통해 직무 전환을 성공시켰다. 예를 들어 소셜미디어 관리자, 고객 경험 설계자, 콘텐츠 제작자 등으로 변신시킨 것이다.
디지털 혁신이 자신의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믿음, 회사가 디지털 인재로 자신을 변모시켜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조직 구성원은 절대로 회사의 디지털 혁신에 냉소를 보내거나 저항하지 않을 것이다.
전통적 기업의 리더가 디지털 기술이 가져올 미래를 더 많이 상상하고, 기존의 사업 성과에 안주하기보다 과감하게 파괴적 혁신을 선택하면서, 직원들이 디지털 혁신으로 자기 일자리를 잃는 게 아니라 자기 성장의 디딤돌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면, 그 기업은 디지털 혁신의 여정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IGM 세계경영연구원 양신혜 수석연구원>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이코노미조선에 해당 컬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http://economy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06&page=1&t_num=136106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