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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까다로운 협상을 풀어내고 싶으면 먼저 상대와 ‘공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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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1-07-26 17:49 조회 3,43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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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아닌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이 그 시작…지나친 공감은 오히려 ‘독’ 
까다로운 협상을 풀어내고 싶으면 먼저 상대와 ‘공감’하라 [이태석의 경영 전략]

협상은 왜 까다로울까. 무엇 때문에 어렵고 힘들다고 할까.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결국은 상대가 자기 마음 같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상대를 움직여야 하는데 그것이 만만치 않다. 결국 협상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것은 상대의 마음이다.

그런데 협상에서 상대가 당신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누구나 자신의 행동에는 나름대로 의도가 있기 마련이다. 선한 의도이든 아니든 말이다.

그런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협상은 힘들어지고 까다로워진다. 일례로 가까운 가족과의 협상을 예로 들어보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가족과의 협상이 쉬운가 어려운가. 아주 간단한 사례를 살펴보자.


공감은 협상가가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


남편은 친구들이 모이는 저녁 자리에 가고 싶었다. 부인에게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 망설였다. 이번 주 사흘 연속 늦게 귀가했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부인 혼자 아이들을 돌봐야 했다. 미안한 마음에 아침부터 부인의 눈치를 살폈다. 모임 얘기를 슬쩍 꺼내 봤지만 역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부인에게 모임에 참석하지 말라는 답변을 들었다. 남편은 가고 싶다는 말만 되풀이했고 부인은 단호했다. 협상 실패다. 이대로 끝난다면 모임 자리는 포기해야 한다. 그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기로 했다. 관점을 바꿔 봤다. 부인의 시각에서 생각해 보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


부인은 독박 육아에 지친 상태다. 집안일에 무관심한 남편이 서운했을 것이다. 자신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보여주길 바라고 있다. 이것이 부인의 속마음일 것이다.


사실 남편은 요 며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온통 신경이 사무실에 가 있었다. 이 때문에 부인은 자신에게 소홀하다는 기분을 느꼈을 게 분명했다.


남편은 부인의 감정을 다독여 주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다시 한 번 눈치를 살핀 그는 부인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그래 당신 말이 맞아. 애들 보느라 힘들었지. 아침에 보니까 무척 피곤해 보이더라. 친구들 모임은 다음에 갈게. 오늘 저녁은 애들과 같이 오랜만에 외식하자. 아니면 당신이 좋아하는 영화 한 편은 어때?”


내친 김에 한 걸음 더 나갔다. 남편은 “당신한테 너무 고맙고 그리고 미안해”라고 말했다. 말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사실 그도 가족과의 오붓한 시간이 그리웠다.


부인도 그런 말을 듣고 싶어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부인의 마음이 혹시라도 풀리면 모임에 가도 좋다고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을 것이고 가족 모두 함께 시간을 보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잠시 후 반전이 일어났다.

부인은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친구들 만나러 가. 난 괜찮아. 외식은 이번 주말에 하자.” 눈치챘는가. 이것이 바로 공감의 힘이다. 남편은 부인이 처한 상황을 알아주고 공감했다. 그 결과 가고 싶었던 모임에 갈 수 있게 됐다.

상대의 마음을 여는 데 이것만큼 강력한 것이 없다. 사람은 본래 자기 말에 귀를 기울여 주는 사람을 좋아하는 법이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사람을 믿고 따른다.

협상을 잘 풀어 나가고 싶은가. 그러면 먼저 상대 관점에 공감하라. 모리 타헤리포어 와튼스쿨 교수는 저서 ‘사람은 무엇으로 움직이는가(Bring Yourself)’에서 “공감 능력은 훌륭한 협상가에게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이라고 역설한다.
상대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성공적인 협상을 끌어낼 수 있다. 이런 협상가들은 상대에게 무엇이 중요하고 또 무엇을 양보하는 것이 좋은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공감은 갈등을 완화하고 긴장을 풀어준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사모펀드(PEF) 운용에서 부실 채권을 담당하는 A 씨는 매번 대출금 회수에 애를 태우고 있다. 악화된 자금 상황으로 업체가 돈을 갚지 못하면 그는 담보물 회수 준비에 착수한다.

건물이나 집, 기계 설비 심지어 자동차 등 담보물의 현재 가치를 산정해 경매까지 계획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회수 가능한 금액이 얼마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대출한 금액보다 회수 가능한 금액이 많다면 걱정할 일이 없다. 하지만 언제나 모자라기 때문에 애를 태운다.

당신이 상대에게 공감 못하는 이유

그는 당연히 숫자에 집중했다. 그 뒤에 존재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이 분야에 오래 몸담은 다른 동료들 또한 마찬가지다. ‘돈 갚아라. 그러지 않으면 우리가 담보물을 취득하겠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런 방식이 대출금 회수에 분명 도움이 됐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뒤끝은 유쾌하지 않았다. 좋았던 고객과의 관계가 훼손되거나 관계 단절로 이어졌다. 결국 고객 관리에 빨간불이 켜지는 셈이다. 고민하던 그는 방법을 바꿔 보기로 했다.
‘숫자’에 집중하지 않고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사실 그들은 사업을 하며 먹고살려고 애쓴 사람들이다. 그러다가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대출금을 못 갚게 됐을 뿐이다. 그들의 힘든 사업과 어려운 형편에 눈을 돌리면 새롭게 보이는 것이 있었다.

예컨대 사업주가 심각한 병에 걸려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면서 사업체도 흔들리게 됐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될 때도 있었다. 이런 점은 재무제표나 다른 서류만으로는 알 수 없다. 대출금 상환이 어렵게 된 이유를 이해하고 사업주의 상황에 조금만 배려해 주면 업체는 더 나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

다른 경우도 있었다. 유동성 부족으로 갑작스럽게 경영 위기에 휩쓸린 기업들이다. 이들에게 경매나 공매는 최악이다. A 씨에게도 피하고 싶은 방법이다. A 씨가 해당 업체의 경영진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면 상황은 달라졌다. 심지어 임직원들이 똘똘 뭉쳐 월급을 반납하고 퇴직금까지 쏟아부으며 쓰러지는 회사를 떠받치기도 했다.
까다로운 협상을 풀어내고 싶으면 먼저 상대와 ‘공감’하라 [이태석의 경영 전략]
그는 이렇게 얘기한다. “기업을 일군 것도 사람이었고 망해 가는 기업을 구해 낸 것도 결국 사람이었다.”

결국 사람이다. ‘숫자’가 아니라 ‘사람’에게 집중하는 공감은 협상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더 나아가 게임의 형식도 바꾼다. 실제로 뛰어난 리더들 중에는 공감 능력이 뛰어난 이들이 많다. 그들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파악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협상장에 가면 공감을 잘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자신의 주장에만 몰입하기 때문이다.

“됐습니다. 그건 그쪽 사정이고요. 우리의 요구는 이렇습니다.”

협상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상대를 설득의 대상으로만 생각해서다. 상대를 이해하기보다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에만 집중한다.

둘째, 상대 의견에 비난만 한다. 많은 이들이 저지르는 잘못이다.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상대 말속에서 단점이나 허점을 잡아내려고 애를 쓴다. 색안경을 끼고 상대를 바라보는 것이다.

셋째 이유는 심리적 거리감 때문이다. 사람들은 동일한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 서로 다르게 인식하고 판단한다. 서로 다르다는 인식이 거리감을 만들고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심리적 프레임을 씌운다.

나와 다른 생각이나 느낌, 행동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거리감은 상대를 경쟁자로 생각하게 만든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공감’이라는 훌륭한 도구를 잘 활용하지 못한다.

가끔 공감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감정을 지나치게 이입한 나머지 그 사람의 문제를 마치 자기 문제인 것처럼 착각할 때다. 상대가 가진 문제를 보고 ‘얼마나 속상할까’ 하면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적절한 선을 긋지 못해 결국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결정을 내린다. 이럴 때는 먼저 자신과 협상해야 한다.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 것이다. 상대를 배려해 주되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상대가 무엇을 내놓을 수 있고 무엇을 내놓기 싫어하는지 먼저 파악하라. 그리고 당신에게 덜 중요한 것을 양보하고 그 대신 더 중요한 것을 얻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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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석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한경비즈니스에 해당 컬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107074683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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