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 빅테크에 밀린 몰락 직전의 이 기업,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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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025-07-21 10:15 조회 25 댓글 0본문
스마트워치하면 뭐가 제일 먼저 떠오르세요? 대부분 애플워치나 갤럭시워치일 텐데요. 운동 좀 하는 분이라면 ‘가민(Garmin)’을 생각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민은 마라톤, 철인3종 같은 전문적인 스포츠에 특화된 스마트워치 브랜드로, 운동인들 사이에선 확실한 존재감을 갖고 있습니다. 2024년 4분기 기준, 프리미엄 스포츠워치 출하량의 45%를 가민이 차지했는데요. 애플(20%)보다 두 배 이상 높습니다.
가민은 원래 스마트워치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1989년, 항공기와 선박에 들어가는 GPS 장치 기업으로 시작했는데요. 1990년대 후반, GPS 기술을 바탕으로 자동차 내비게이션 기기를 선보이며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클리프 펨블(Gliff Pemble) 가민 CEO는 자사 내비게이션을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가민은 미국 정부가 군사용으로 개발한 GPS 기술을 활용해, 일반 소비자용 GPS 기기라는 틈새 시장을 발견하고 성장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은 우리가 개척한 카테고리다.”
하지만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스마트폰에 구글맵이 탑재되면서 별도의 내비게이션 기기를 쓸 이유가 사라진 거죠. 그해 120달러가 넘던 가민 주가는 16달러대로 폭락했고요. 업계에서는 가민이 사업을 접을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가민은 무너지지 않았죠! 핵심 역량인 GPS 기술을 바탕으로 ‘웨어러블 기기’ 사업에 눈 돌린 덕분인데요. 애플이나 삼성이 자리잡은 대중적인 스마트워치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하기보다는, ‘틈새’를 파고들었습니다. 일반 스마트워치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주목한 건데요.
예를 들어, 마라톤, 사이클, 철인3종 같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은 거리와 심박수는 물론이고 훈련 부하, 회복 시간, 케이던스(ex. 달리는 동안 발이 땅에 닿는 분당 횟수) 등 정밀한 데이터를 필요로 합니다. 가민은 이런 니즈에 맞춰 세분화된 제품 라인업을 만들었고요. 등산, 하이킹, 스쿠버다이빙처럼 극한의 환경에서 활동하는 사용자를 위한 제품 라인업도 갖췄습니다. 러너를 위한 ‘포러너(Forerunner)’, 거친 자연환경에 특화된 ‘피닉스(Fenix)’가 대표적이에요.
“Change or die(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누구나 들어본 말이죠. 중요한 건 어떻게 변화하느냐인데요. 가민 사례는 그 답을 잘 보여줍니다. 가민은 핵심 역량인 ‘GPS 기술’을 기반으로, 선박/항공기용 장비에서 자동차 내비게이션으로, 그리고 스마트워치로 사업을 변화시키며 살아남았죠.
핵심 역량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개리 하멜(Gary Hamel) 교수는 기업을 나무에 비유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가지는 사업 영역이고, 열매는 제품이나 서비스이며, 열매를 맺게 하고 가지를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양분을 제공하는 뿌리가 바로 핵심역량이다.” 가뭄이나 태풍으로 인해 가지는 말라버리거나 부러지기도 하죠. 이때 오래 사는 나무는 안으로 뿌리를 더 깊이 내리고 동시에 새 가지를 뻗는데요. 우리 기업은 어떤 풍파에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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