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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면승부를 피하라! 불리한 싸움에서의 승리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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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025-03-24 10:55 조회 3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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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등장하고, 모바일 시대가 열리는 동안 우리는 디지털로 무장한 기업이 전통 강자를 이기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다. 아마존의 온라인 서점은 대형 서점 체인 보더스를, 넷플릭스의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대형 비디오 업체 블록버스터를 파산으로 몰았다. 지금은 거대 플랫폼인 이들이 한때는 작은 스타트업이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울 정도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쿠팡은 할인 쿠폰 커머스에서 출발, 2023년 유통 매출 1위에 올랐고, 간편 송금으로 시작한 토스는 큰 금융회사 사이에서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한편, 이런 이면에는 기존 강자를 뚫지 못하고 사라진 수많은 스타트업이 있다.

불리한 환경, 부족한 자원에도 불구하고 강자의 위협을 이겨 낸 또는 오히려 강자를 넘어선 약자는 무엇이 달랐을까. 경영학자인 조동성, 문휘창 교수는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방법으로 비중·순서와 위치 전략을 제시한다. 시장 지배력을 가진 강자 앞에서도 어디에 비중을 두고 어떤 순서와 위치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약자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톰톰, 딥시크와 팔란티어의 사례를 통해 약자의 승리 전략을 확인할 수 있다.


구글에 맞서 생존한 지도 업체 톰톰

톰톰은 2004년 개인용 내비게이션 장치(PND)를 세계 최초로 내놨다. 당시는 도로 지도책을 독해하며, 길을 찾던 시절이였다. 지도를 잘못 읽어 헤매기 일쑤였던 사람은 차분하게 음성으로 안내하는 ‘톰톰고(Tom-Tom GO)’에 매료됐고, 톰톰의 매출은 5년 사이에 약 500억원에서 2조2000억원으로 44배 증가했다. 톰톰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또 다른 지도 업체 텔레아틀라스를 2008년 인수했다. 톰톰은 내비게이션 장치뿐 아니라, 무선 단말기, 인터넷 서비스 업체 등에 지도를 공급해 경쟁 업체를 앞섰다.

그러던 가운데 애플이 위성항법시스템(GPS)을 탑재한 아이폰 3G를 2008년 7월 출시했다. 큰 화면에 공짜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을 갖춘 아이폰은 내비게이션 장치를 빠르게 대체했다.

끔찍한 일이었지만 톰톰에는 구글이라는 큰 고객이 있었다. 구글은 지도 서비스를 위해 톰톰의 지도를 활용했다. 그러나 머지않아 구글은 자체 지도 서비스를 개발하고, 2009년 10월에 톰톰과 헤어졌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내비게이션 앱을 번들(꾸러미)로 넣었고, 개발자가 지도 앱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무료로 이용하게 했다. 내비게이션 장치도 지도도 공짜가 된 세상. 글로벌 금융 위기까지 겹친 톰톰의 주가는 75유로에서 3유로대로 급락했다.

구글은 장치나 지도로 돈을 벌려는 생각이 없었다. 지도 위에 광고를 넣고, 사용자 정보를 수집해 타깃 광고에 활용하려는 목적이었다. 톰톰은 이 점에 주목했다. 방대한 사용자 정보를 활용해 다방면으로 세를 확장해 가는 구글에 위협을 느끼던 마이크로소프트(MS), 우버, UPS 등과 손잡았다. 톰톰은 지도 사업으로 얻은 데이터로 신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이들 업체가 안심하고 톰톰의 지도를 선택하게 했다. 톰톰은 내비게이션 장치 사업을 과감히 접고 기업 간 거래(B2B)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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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TomTom

또 톰톰은 그동안 쌓은 지도 제작 역량을 활용해 자율주행 시장으로 들어갔다. 자동차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스스로 돌아다니려면 세세한 정보가 빼곡한 고화질 지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사는 구글과 애플을 잠재적 경쟁자로 인식, 협업에 껄끄러웠다. 톰톰은 2015년부터 자율주행 시장에 크게 투자하고, 지도 품질에 모든 걸 걸었다. 그 결과, 2019년 고화질 지도가 필요했던 자동차 제조사 중 상위 10개 사가 톰톰을 선택했다.


톰톰이 구글 때문에 거의 망할 뻔하고도 현재 건재한 비결을 정리해 보면, 첫째, 비중 관점에서 톰톰은 경쟁력이 사라진 내비게이션 장치를 포기하고, 강점이 있는 고화질 지도 제작 역량을 최대한 살렸다. 둘째, 순서와 위치 관점에서 톰톰은 구글이 지도를 소비자 거래(B2C) 서비스에 활용할 때 전면전을 피하고, B2B 시장으로 들어가 파트너 연합을 구축했다.


오픈AI를 놀라게 한 中 딥시크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2025년 1월 공개한 AI 모델 ‘R1’이 생성 AI의 선두인 오픈AI의 ‘o1’을 일부 성능에서 추월했다. 딥시크가 앞서 공개한 AI 모델 ‘V3’의 학습 비용은 557만6000달러(약 80억4226만원)로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하다. 딥시크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생성 AI를 개발하던 오픈AI, 구글 등과는 달리, 저비용 고효율을 실현한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 수출을 규제하는 상황에서 딥시크는 저성능 반도체를 사용해야 했다. 하드웨어로 대결할 수 없으니 딥시크는 다른 선택을 한다. AI 모델의 매개변수 수를 줄이고 모델을 학습하는 방식을 바꿨다. 이미 알려진 모델 경량화 기법 ‘증류(distilla-tion)’와 ‘전문가 혼합(mixture of experts)’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딥시크는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다른 기업이 딥시크의 AI 모델을 필요에 따라 수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비중 관점에서 보면, 딥시크는 강자의 게임 방식인 대규모 고성능 하드웨어 투자가 아닌, AI 학습 방식에 비중을 두고 해법을 찾아갔다. 순서와 위치 관점에서 보면, 기술 독점이 아닌 기술 개방을 통해 우호 세력을 끌어들이고, 시장 입지를 다지는 중이다.


방위산업 1위 록히드마틴 제친 팔란티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새로운 전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것이 드론 활용이다. 빅데이터 분석 업체 팔란티어의 AI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드론은 전파 방해를 받을 수 있는 GPS 없이, 지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수백㎞ 밖의 러시아 내륙에 날아가 목표물을 정밀 타격한다. 타격 후에는 다른 드론이 목표물의 피해 정도를 평가해 전장 상황을 업데이트한다.

작은 드론이 수억원의 미사일, 수백억원의 전투기가 하기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팔란티어의 AI 소프트웨어는 인공위성 이미지, 정찰 드론 영상, 지상 센서 데이터, 군사 정보 등을 분석해 지상군 지휘관이 적의 위치 파악, 목표물 설정, 작전 순서 계획, 자원 배치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획기적인 기술에 주식시장이 반응했고, 2024년 11월에 팔란티어의 시가총액은 전 세계 방위산업 매출 1위 록히트마틴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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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Palantir

비중 관점에서 팔란티어는 전투력의 비중을 전통적 무기의 화력에서 데이터 분석력으로 옮겨놨다. 순서와 위치 관점에서는 공격 실행 단계에 앞서 종합적인 전장 파악 단계를 부각했다.

약자는 강자와 똑같은 방식으로 경쟁해 승기를 잡기 어렵다. 강자를 극복한 약자는 각자가 처한 위협과 보유 자원의 제약 속에서 틈새 시장 개척, 우군 규합, 기술 개방, 효율 극대화같이 경쟁 방식을 차별화했다. 오늘날은 디지털, 데이터, AI가 차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은 그들의 전략을 다시 들여다보고, 무엇에 비중을 둬야 하며, 어디에 위치해 어떤 순서로 싸울 것인지 질문해야만 한다.

이용수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IGM 이코노미조선 칼럼을 정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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