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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스토리텔링으로 고객과 구성원 마음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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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4-10-30 10:08 조회 17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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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F-18이 상공을 가르고 날아오른다. 주인공의 임무는 적의 눈을 피해 적진의 무허가 우라늄 농축 시설을 파괴하는 것. 하지만 시설은 높은 산골짜기에 숨겨져 있고, 접근하는 순간 레이더에 감지돼 공격이 시작된다. 레이더에 들키지 않을 수 있는 시간은 최대 2분 30초. 주인공의 전투기는 위험천만한 곡예비행으로 좁은 협곡을 지나 산맥을 넘는다. 주인공은 급강하하며 목표물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명중한다. 이제 남은 시간은 1분. 그 안에 탈출하지 못하면 무사 귀환을 보장할 수 없다. 그 순간 적의 미사일이 빗발치기 시작하고, 어느새 관객은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 손에 땀을 쥔 채 요동치는 F-18을 직접 타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2022년 개봉했던 영화 ‘탑건: 매버릭’의 한 장면이다. 지구 방위대 같은 미군 파일럿의 이야기는 1편인 ‘탑건’만큼이나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다. 탑건 시리즈에 숨겨진 사실은 사실 이 영화들이 미 국방부의 전략 아래 탄생했다는 점이다.

1980년대 미국은 베트남전 이후로 전쟁과 군인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팽배해 있었다. 하락한 이미지를 쇄신하고, 청년의 자원입대를 독려할 방법 중 하나로 미 국방부는 홍보성 영화 제작 지원을 선택했다. ‘군대에 지원하세요!’라는 메시지를 영화 속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할리우드 제작진과 함께 군인의 열정 가득한 이야기를 가슴 뛰게 그려내는 전략을 취했다.

미 국방부의 이러한 의도는 완벽히 적중했는데, 1987년 개봉 직후 미 해군 비행대 자원입대자가 전년에 비해 500% 가까이 폭증한 것이다. 이야기를 통해 상대의 마음을 움직여 자발적으로 행동하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스토리텔링이 효과적인 세 가지 이유

사람들은 왜 스토리텔링에 반응할까. 뇌과학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신경과학자 우리 하슨(Uri Hasson)의 연구에 따르면, 이야기를 들을 때 뇌는 세 가지 반응을 보인다. 첫 번째로, 도파민이 분비돼, 흥미와 쾌감을 느끼고 기억력이 더 높아진다. 두 번째로, 청자와 화자의 뇌 활동이 점차 동기화된다. 이는 청자가 화자가 주는 정보를 자신의 경험에 통합하는 과정으로, 이 반응이 일어나면 청자의 이해도가 높아진다. 세 번째로, 이야기 속 인물의 감정과 행동을 마치 청자가 겪는 것처럼 느끼는 미러링(mirroring) 현상이 일어난다. 즉, 사람의 뇌는 선천적으로 이야기 형태의 정보를 더 잘 기억하고 몰입하도록 설계돼 있는 것이다.


향수·핀테크 브랜드 마케팅에 쓰인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은 브랜드 마케팅에도 널리 쓰인다. 영국의 향수 브랜드 펜할리곤스는 영국 사교계 귀족의 사랑과 암투 이야기를 콘셉트로 고급 향수 라인 ‘포트레이트 컬렉션’ 을 출시했다. 각각의 향수명은 사람 이름으로 지어져 있는데, 각각의 성격, 인간관계,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향기를 맡으면 등장인물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재미있는 것은 새로운 스토리가 전개될 때마다 그에 맞는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고, 그들을 대표하는 신제품을 발매한다는 것이다. 인물이 죽음을 맞이하면 해당 향수가 단종되기도 한다.

향수를 사용하는 고객은 자신이 좋아하는 하나의 향만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펜할리곤스는 이러한 스토리텔링을 활용해, 포트레이트 컬렉션 전체 세계관에 몰입하게 하고 전 제품에 대한 고객의 관심과 구매를 이끌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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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레이트 컬렉션 (출처: 펜할리곤스 홈페이지)


스토리텔링은 대중과 소통, 즉 브랜딩 목적으로 활용하기에도 적합
하다. 국내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기업 ‘토스’ 는 기업 차원에서 다큐멘터리를 자체 제작했다. 첫 번째로 공개됐던 다큐멘터리 ‘핀테크- 단순함의 이면(Fintech- Behind the Sim-plicity)’에서는 기존의 금융 생태계를 혁신한 과정, 앞으로의 비전과 방향성, 일하는 방식에 대해 토스 구성원이 직접 등장해 생생한 이야기와 경험담을 들려줬다. 마치 넷플릭스 영화라고 해도 믿어질 만큼 높은 퀄리티로 제작된 이 다큐멘터리는 약 50분의 긴 분량에도 불구하고 조회 수 100만 회를 훌쩍 넘기며 큰 관심을 받았다.

이후 차례로 공개된 ‘헬소닉(Hellsonic): 지금부터 토스를 해킹합니다’와 ‘블록 버스터즈(Block Busters): 중고 거래 사기와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온라인 해킹과 중고 거래 사기 문제를 각각 다뤘다. 
온라인 금융 이용 시 고객이 우려하는 문제점에 대비하는 토스의 사례를 직접 보여주며, ‘토스는 고객이 안심할 수 있는 금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광고 영상을 끝까지 보지 않는 세상이다. 건너뛰기를 누르거나 돈을 더 지불하고서라도 광고 없는 서비스를 이용한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짧은 시간 안에 고객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숏폼 형태의 콘텐츠에 더 주력한다. 그러나 토스는 미디어 트렌드와는 정반대로 드라마 한 편 길이에 달하는 긴 콘텐츠로 관심을 얻었다. 잘 짜인 스토리텔링이 있었기 때문이다.


추상적 단어보다 효과적인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은 기업 구성원에게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의 핵심 사훈 중 하나는 ‘시리얼 사업가가 되어라(Be a Cereal Entrepreneur)’다. 창업 당시, 생판 모르는 남과 집을 공유한다는 급진적인 아이디어에 투자하고자 하는 투자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창업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시중의 시리얼 박스를 새롭게 디자인해 재판매한 자금으로 사업을 가까스로 이어갔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투자사와 인터뷰 기회를 얻었고, 인터뷰 후 그들은 시리얼을 내밀며 “이 시리얼 박스를 팔아 버티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뱉은 이 말 덕에, 투자자들은 에어비앤비의 생존 가능성을 크게 평가하게 됐다. 어려움을 뚫고 나가기 위해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창업자들의 의지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의 ‘시리얼 사업가가 되어라’라는 사훈에는 창업자들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말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 덕분인지 에어비앤비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많은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잘 버텨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그들의 핵심 가치가 ‘창의성’ ‘끈기’ 같은 추상적인 단어였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이 에어비앤비의 정신에 지금처럼 공감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바야흐로 초개인화 시대가 왔다. 취향도 니즈도 다양해진 고객과 소통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구성원 또한 마찬가지다. 조직과 리더는 이제 제각기 다른 구성원의 의견을 포용하면서 동시에 하나로 결속시켜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완수해야만 한다. 스토리텔링은 이 어려움을 해결할 효과적인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상대 마음을 움직여 자발적으로 행동하게 하고 싶다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흥미로운 스토리를 입혀보자. 나 그리고 우리 비즈니스의 경쟁력을 높이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유희영 IGM 인사이트연구소 책임연구원



* IGM 이코노미 조선을 정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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