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내부 협업이 잘돼야 외부 협업도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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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4-04-01 10:00 조회 850 댓글 0본문
미국 전기차 시장을 절반 이상
차지하고 있는 테슬라는 전기차 충전소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절반을 넘는다. 문제는 테슬라 충전소가 배타적인
충전 규격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전기차들은 호환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테슬라에 대항하기 위해 작년 7월 현대차, BMW, GM 등 7개
완성차 업체가 미국에서 충전소를 함께 만들겠다고 나섰다. 이렇듯 완성차 업체들이 똘똘 뭉치는 일은 전례가
없었다.
자율주행의 필수요건인 고정밀
지도는 구글과 애플이 전 세계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은 지도 업체 톰톰과 연합해서 지도 데이터를 만들어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지도 독점 체제를 막겠다는 의기투합이다.
TSMC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60%에 가까운 점유율을 달성하고 있다. 그 비결로 오랜 기간 한 우물만 파서 얻은 기술력과 더불어 오픈이노베이션 정책으로 쌓은 굳건한 생태계가 꼽힌다. 파트너들이 혁신기술을 개발하도록 돕고 이런 기술을 고객사가 더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한다.
혼자서만 할 수 없는 시대다. 그 어느 때보다도 기업들 사이에서 많은 ‘코피티션’(경쟁과 협력의 합성어)이 일어나고 있다. 자사의 제품, 서비스만 고집하지 않고 전체 밸류 네트워크상에서 경쟁하는
분야와 협력하는 분야를 나눠 각자의 역할을 정리하면 모두가 이득을 얻는다.
기업이 외부와 유연하게 코피티션하기
위해서는 내부 조직에도 유사한 변화가 필요하다. 외부 협업의 물꼬가 트여도 조직 내부에서 손발이 맞지
않으면 원하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조직 내에서 권한은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좁아진다. 회사 차원에서 새로운 계획,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내부 조직
간에 상호작용이 정비돼야 한다. 고객의 요구에 맞는 대응을 위해 영업부서와 개발부서가 머리를 맞대야
하고 기술 혁신에 필요한 부품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부서는 조달부서와 협력해야 한다. 외부 협업과 내부
협업 모두에서 중요한 것은 정해진 경계 안에서 일하는지, 아니면 이를 넘나들면서 일하는지다.
공동의 목표를 세팅하라
서로 다른 목표와 권한, 역할을 가진 조직 간에 협업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공동의 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이에 맞춰 조직 거버넌스를 조정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2021년 말에 소비자가전 부문과 ITᆞ모바일 부문을 통합해 ‘DX(Device eXperience)’ 부문을
출범했다. 조직 간 경계를 뛰어넘어 개별 제품이 아닌 업의 개념을 살리고 고객 경험에 방점을 두는 조치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퍼스트’라는 비전을 표방하고 한동안 클라우드 사업부를 별도
조직으로 관리했다.
사내 벤처를 보호하는 조치였지만
진정한 변화에는 한계가 있었다. 클라우드가 중심이 되도록 영업, 운영, 재무 등이 함께 변화해야 하지만 이들 부서는 따로따로 존재했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자(CEO)가 된 사티아 나델라는 클라우드 사업부를 ‘핵심 서비스 엔지니어링
및 운영(CSEO)’ 사업부로 확대해 재구성하고 조직의 다른 부문들과의 업무 절차, 예산 편성 관계 등을 재정비했다.
특히 오피스사업부와 공동 혁신
프로그램을 진행해서 클라우드 기반으로 오피스 제품을 판매하는 모델을 출시했고 이를 통해 기존의 보수적인 기업고객들이 클라우드에 발을 담그게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재도약이 시작된 순간이다. 공동의 목표가 명분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개별 조직의 고유한 목표에 따라 부여된 성과지표(KPI)가
있고 사람은 이에 따라 움직이기 마련이다.
사티아 나델라는 미션과 비전, 조직을 재정립했을 뿐 아니라 협업 문화를 강화하기 위해 보상제도 또한 바꿨다.
개개인이 이룬 성과 못지않게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한 정도에 큰 비중을 두어 보상했다.
월트디즈니는 영화, 방송, 스트리밍, 테마파크, 도서,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을 낸다. 캐릭터 등의 콘텐츠가 맞물리다 보니 사업부 간에 협업이 긴밀하게 이뤄져야 한다. 디즈니는 임원들의 보상에 임원 자신이 맡고 있는 사업부의 매출을 70% 반영하고
다른 사업부와 협업해서 창출한 매출을 30% 반영해서 적극적으로 협업하도록 유도한다.
부서 간 성과지표가 서로 상충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영업부서는 매출액으로만 평가받고 경영관리부서는 이익률만으로 평가받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영업부서는 매출액이 먼저니 저가 수주라도 받으려고 하고 그러면 이익률은 떨어지게 된다. 경영관리부서는 이익률이 먼저니 영업부서의 저가 수주를 반대한다.
이때 이익총액을 양 부서의 성과지표에
일정 비율로 반영하면 서로 협의하여 합리적인 매출 수준과 이익률 수준을 찾아가게 된다.
정보가 흐르게 하라
공동의 목표가 있고 각자의 실리를
챙긴다면 협업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여기까지는 협업의 동기에 대한 문제다. 협업을 가로막는 다른 측면은 어떻게 협업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조직이
클수록 내가 원하는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와 협업하면 될지 알기가 어렵다.
동일한 과제를 서로 다른 부서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일들도 벌어진다. 부서 간에 유대감이 적고 일하는 방식, 분위기가 다르면 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보가 흐르지
않으면 협업이 제대로 일어날 수 없다.
UC버클리의 모튼 한센 교수는 글로벌 IT 기업인 HP의 41개 사업부를 대상으로 얼마나 서로 연결이 일어나는지, 협업 성과와는 얼마나 관계가 있는지를 분석했다.
소수의 부서 간에 여러 사람들이
친밀한 경우보다는 다수의 부서들 간에 한두 명이라도 서로 알고 있는 경우에 협업 성과가 더 높았다. 특정
부서 간에서는 관계가 많아도 정보가 중복되지만 다양한 부서와 연결고리가 있으면 중복 없는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연결을 인위적으로 설계할
수는 없지만 자연스러운 소통 환경을 조성할 수는 있다. 구글, 우아한형제
등의 많은 기업들은 직원들이 자주 오가는 위치에 공용공간을 두고 있다. 우연히 만나 대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보가 교환되고 아이디어가 떠오른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꼭 사무공간에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가능하다. 소프트웨어 데브옵스 플랫폼을 제공하는 깃랩은 전 세계 68개국에 진출해 있지만 사무실은 미국 본사에만 있고 대부분의 직원이 원격근무로 일한다. 직원들이 고립감을 느끼지 않고 교류할 수 있도록 하루 30분은 임의로
지정된 동료와 ‘잡담’을 하게 하고, 온라인에 대화방을 만들어 누구든 들어와서 어떤 주제든 얘기 나누도록 장려하고 있다.
어느 회사나 유난히 사내 정보에
밝은 직원이 있다. 직급은 대리이지만 축구 동호회에서 총무를 맡아 다른 부서 임원과 친하거나 점심식사는
소속팀과만 아니라 종종 여러 부서 사람들과 가진다. 이런 커뮤니케이션 스타는 우리 팀에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는 통로가 되고 다른 부서의 협조가 필요할 때 윤활유가 된다.
특히 리더들은 산하의 조직구성원과만
어울리며 윗사람 놀이를 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자. 서로 다른 부서의 리더들 간에 친분이 없고 평소에도
만남이 적다면 두 부서 구성원들 간의 협업도 일어나기 어렵다.
사람 간에 연결이 됐다고 저절로
시너지가 날리는 없다. 하버드 로스쿨의 전문 리더십 고문인 하이디 K
가드너와 이반 마트비아크가 한 글로펌 로펌을 연구한 결과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는 평소에
도움을 잘 주던 파트너나 그렇지 않은 파트너나 매출에서 별 차이가 없었지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매출이 크게 벌어졌다.
일을 독차지하려 하고 도움에
인색했던 파트너들은 평판이 나빠져 새로운 기회에 참여하지 못하다 보니 매출이 크게 하락했다. 반면 당장
본인에게 몫이 적어도 다른 사람의 업무를 적극적으로 도운 파트너들은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되면서 꾸준히 매출이 상승했다. 협업을 유도하는 보상제도의 유무를 떠나 신뢰에 바탕하는 상호호혜의 원칙을 잊지 말자.
이용수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IGM의 한경비즈니스 칼럼을 정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