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년 사업 계획 구상의 계절… 구성원 참여도를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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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2-12-28 21:28 조회 2,255 댓글 0본문
지금은 대부분 기업이 내년도 사업 계획에 대해 몰두하고 있을 시기다. 사업 계획을 짤 때마다 내년도 전망은 늘 어두웠지만, 작금의 국내외 경제 상황에는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글로벌 공급망 교란, 긴축 통화 정책 기조, 전쟁의 장기화 등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 세계 경제 성장률도 3%를 밑도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다.
사업 계획은 이러한 경영 환경의 변화를 읽고 이에 적합한 전략을 개발해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만드는 것이다. 내년도 전망이 결코 밝지는 않지만,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왔듯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다 보면 극복할 방안도 분명히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구성원의 참여를 높이는 것은 새로운 전략의 수립뿐만 아니라 실행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BSC(Balanced Score Card·균형성과표)의 창시자인 로버트 캐플런과 데이비드 노턴은 회사의 전략을 이해하고 있는 조직 구성원이 5%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를 밝힌 바 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의 조사에서도 전략 수립과 실행의 가장 큰 장애 요인은 구성원들과 흡족한 수준으로 컨센서스, 즉 합의 및 일치를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전략 따로 일 따로 흘러가게 돼 전략을 개발하고 사업 계획 짜느라 고생한 것이 크게 의미 없어진다고 한다.
동기 부여를 연구하는 윌리엄 브래들리와 로저 매넬도 인간의 내부 통제가 외부 통제보다 몰입도를 훨씬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따라서 전략을 개발하고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구성원 자신에게는 스스로 무언가를 했다고 느끼게 한다. 이는 자신의 주체적 노력과 능력으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게 돼 실행 과정에서도 적극적인 참여로 구현이 될 수 있다.
소니 부활의 일등공신 ‘타운홀 미팅’
사업 계획 과정에서 구성원의 참여를 높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보자. 첫째로 ‘타운홀 미팅’을 활용하는 것이다. 타운홀 미팅은 경영자와 직원들이 직접 만나 자유롭게 소통하는 자리를 말한다. 소니는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6% 상승한 1조2023억엔(12조23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1조엔 이상은 일본 기업 가운데 도요타 이후 처음이다. 한때 전자제품뿐 아니라 영화, 음반 등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을 쥐락펴락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에 밀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 연속 적자를 내는 등 그 위상이 크게 추락했다.
그러던 소니의 최근 상황을 보면 다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러한 부활을 이끈 주역이 바로 전 회장 히라이 가즈오다. 그가 소니의 기업 문화와 체질을 바꾼 덕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2012년 최고경영자(CEO)가 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직원들을 직접 만나서 소통하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감을 상실하고 실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 직원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진 ‘열정의 마그마’를 이끌어낸 것이 조직의 재생으로 연결됐다”고 회상한다.
히라이 가즈오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직원들과 직접 만나는 타운홀 미팅을 개최하면서 직원들과 직접 소통했다. 이 자리는 CEO로서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과 함께 회사가 추진하는 전략과 정책에 있어서 구성원 의견을 청취하는 기회로 활용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등장한 구성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회사의 전략과 정책을 변경하거나 개선하는 노력을 보였다.
자유로운 환경, 직원 참여 높여
둘째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구성원이 자유롭게 실험하고 학습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사업 계획에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적 제품 및 서비스로 연결될 수 있다.
일본 기업인 미라이공업의 직원은 1200여 명인데, 1년에 1만 건 이상의 제안이 이뤄진다고 한다. 이를 통한 특허나 실용신안은 3000개를 넘었고, 미라이공업의 제품 1만8000여 종의 90%가 직원들의 창의적 사고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의 요인으로서 샐러리맨의 천국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미라이공업 특유의 복지제도도 한몫했겠지만, 이 회사에서는 이를 ‘자기 주도형 혁신’의 성과라고 말한다.
창업자인 야마다 마키오는 이에 대해 “효율과 경쟁, 목표를 강조하기보다는 직원들이 새로운 제품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자유를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호주의 정보기술(IT) 기업 중 기업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받는 아틀라시안(Atlassian)에는 ‘십 잇 데이(Ship It Day)’라는 일종의 사내 아이디어 경연 대회가 있다. 1년에 몇 번 정도 개최되는 행사인데, 이날은 24시간 동안 정규 업무 외에 무슨 일이든 새로운 프로젝트를 찾아보도록 한다. 개인으로 참가할 수도 있고, 팀을 구성해서 참가할 수도 있다. 24시간 이후에는 자신들이 만든 아이디어에 대해 발표하고 이 중 가장 유용하고 참신한 아이디어에 대해서 전 구성원이 투표한다. 선정된 아이디어는 상품이 돼 고객에게 출시되거나 소프트웨어 버그 수정에 활용된다. 이를 통해 구성원은 자신의 창의성을 맘껏 발휘해 보고 회사의 성과에도 기여하는 기회를 얻는다.
셋째로 고려해야 하는 방법은 구성원의 심리적 안전감을 높일 수 있도록 회의 규칙을 명확히 설정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구성원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스피크 업(speak up·털어놓고 얘기하기)’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심리적 안전감은 ‘조직 구성원이 자신의 솔직한 의견을 제시하거나 부족한 점을 드러내도, 무시나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서 스피크 업의 전제 조건이다.
대한제분의 브랜드 ‘곰표’는 소비 취향이 까다로운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 2010년생)에게 최근 친숙한 브랜드로 어필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곰표 브랜드의 패딩부터 맥주, 스낵, 쿠션 화장품, 갤럭시 버즈 플러스 케이스 등 다양한 아이템이 탄생하면서 MZ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상상하기 어려웠던 본업과 무관한 아이템의 출현은 업무에 있어서 수평적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규칙 및 분위기가 크게 한몫했다고 본다.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효시인 ‘토이 스토리’부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겨울왕국’의 탄생 배경에는 ‘브레인트러스트’라는 회의 방식이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는 ‘솔직함’과 ‘문제 해결 중심’을 핵심적인 회의 규칙으로 가지고 있다. 이러한 규칙을 전 구성원이 명확히 이해하고 공유한다. 또한 주제와 관계없이 논쟁에서 이겨 만족감을 얻으려는 행동이나 개인을 향한 비판 등 문제 해결과 관계없는 행동은 금지된다. 어떠한 이야기든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신년에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사업 계획은 경영 환경을 반영해서 우리에게 적합한 전략을 개발해야 하고 제대로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공 기업들의 기업 문화에서 이러한 관건은 최대한 구성원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에 달려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강성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이코노미조선에 해당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칼럼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