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꼬치꼬치 따져 묻는 MZ세대 직원과 소통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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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2-08-19 13:32 조회 2,676 댓글 0본문
단순한 업무 지시보다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 리더십 포인트
“요즘 직원들은 업무 지시에 바로 ‘네’라고 하는 법이 없습니다. 당돌하게 이것을 왜 자기가 해야 하는지 묻고 일 처리 방법도 하나부터 열까지 꼬치꼬치 캐물어요. 꼭 말로 일일이 설명해 줘야만 하나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과의 업무 관계에서 기성세대 리더들이 주로 하소연하는 부분이다. 소위 ‘까라면 까고’, ‘알아서 눈치껏’ 일하는 데 익숙한 기성세대의 관점으로는 사사건건 ‘왜’를 따지고 당연한 듯이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는 요즘 직원들이 당황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부터 말하면 MZ세대로 표현되는 요즘 직원들에게는 일의 목적과 구체적인 지침을 공유하는 편이 좋다.
맞춤형 사교육을 받고 자란 이들은 족집게 같은 설명과 가르침을 필수로 여긴다. 이런 특징 때문에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들을 ‘내비게이션 세대’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일의 맥락과 육하원칙에 입각한 자세한 지침을 주지 않으면 이들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이 일을 왜 해야 하나요”라고 묻는 경우다.
이때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일의 목적과 배경이 정말로 궁금한 것이다. 또 하나는 맥락을 어렴풋이 이해하기는 했지만 본인이 실행에 옮기기에는 여전히 납득되지 않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전자든 후자든 리더는 업무를 지시할 때 목적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당위성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들이 왜 되묻는지 생각해야
예를 들어 현업 부서 직원에게 회사 홍보 영상을 새롭게 기획하라는 임무를 줘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회사 홍보 영상을 제작하려고 하는데, 김 대리가 한 번 기획해 보세요”라는 지시에 김 대리는 무슨 생각을 할까. ‘홍보 영상은 이미 있는데 왜 다시 만들지’, ‘홍보팀이 있는데 굳이 내가 왜’라는 의문을 가질 것이다.
김 대리가 목적 의식과 주인 의식을 갖고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 즉 ‘왜(why)’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야 한다.
“이번에 회사 홍보 영상을 새롭게 제작하려고 합니다. 주된 목적은 채용 브랜드를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보면 됩니다. 현장 실무자의 생생한 목소리도 담고 또 요즘 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콘셉트의 영상을 만들려면 대리급의 아이디어가 필요할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현장의 경험도 충분하고 영상의 주 타깃과 세대가 비슷한 김 대리가 다른 사람들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때요”라는 식으로 말이다.
김 대리가 충분히 납득했다면 그다음 예상되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함께 고민을 나눠보자. 이 과정을 통해 김 대리는 주도적으로 업무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게다가 일을 진척시키는 데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다.
조직에 MZ세대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상사의 업무 지시에 “제가요”라고 반문하는 직원도 자주 볼 수 있다.
위에서 내려온 지시에 토 달지 않고 충직하게 수행하는 것을 미덕이라고 여겨 온 기성세대에게는 기가 찰 노릇이다. 하지만 당혹감은 잠깐 밀어두고 도대체 이들이 왜 이렇게 되묻는지 생각해 보자.
여기에는 ‘왜 굳이 내가 해야 하지’, ‘다른 사람은 뭐 하는데’, ‘내 일도 많은데’ 등 업무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숨어 있다.
업무를 지시한 리더는 아마 ‘이 사람이 잘하니까’, ‘이 사람을 믿으니까’, ‘전체 업무 상황으로 볼 때 이 사람이 하는 것이 효율적이니까’ 등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을 받는 구성원은 이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실제로 일을 잘 해내는 직원에게 업무가 몰리는 경우가 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해당 직원은 번아웃되기 쉽다. 특히 기여한 만큼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이를 지켜보는 다른 직원들은 본인에게 성장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갈등을 차단하려면 팀 전체에서 돌아가고 있는 일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업무 지시 거부하는 직원 설득하려면
개인별 담당 업무와 난이도, 진척도 같은 정보를 한눈에 확인하게 됨에 따라 리더도 보다 적절하게 업무 배분을 할 수 있고 구성원들의 불만을 줄일 수 있다. 이와 함께 리더는 가급적 직원 개개인의 역량과 비전을 고려해 업무를 배분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배움의 기회 또는 유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업무는 소외되는 구성원이 없도록 골고루 경험할 수 있게끔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본인의 일로 받아들이기 거부하는 직원은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MZ세대는 유독 성장 욕구가 크고 일의 의미를 찾고 싶어한다. 이들은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일이라고 판단할 때 몰입한다. 따라서 리더는 구성원에게 업무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이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앞서 예로 든 회사 홍보 영상을 기획해야 하는 상황을 다시 보자. 김 대리에게는 어떤 이익을 제시할 수 있을까. “요즘 세상에서 영상 제작은 다들 기본으로 하던데, 사실 중요한 것은 어떤 콘텐츠를 담을지 기획하는 역량이잖아요. 필요한 지원은 회사에서 해 줄 테니 이번에 기획부터 참여해 보면 김 대리 개인의 커리어 폭도 넓힐 수 있지 않을까요. 또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후보자들에게 김 대리가 직접 경험한 바를 전달해 주는 의미도 있고요.”
이와 같이 경제적 보상 그 이상의 동기를 자극할 필요가 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리더의 말에 진정성이 실리지 않으면 이 같은 대화는 오히려 직원의 반감만 살 뿐이다. 리더가 진정으로 직원의 성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아니면 업무를 넘기기 위해서 하는 말인지 듣는 사람은 다 안다. 그리고 리더의 진정성은 순간의 몇 마디 말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평소 리더가 얼만큼 믿음을 주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특히 다음과 같을 때 구성원은 리더를 믿고 따른다.
1) 리더가 자기 자신의 성과만 챙기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성과를 위해 한 팀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2) 리더가 평소 중요하게 내세우는 원칙과 가치에 일관성이 있고 언행일치가 될 때
3) 리더가 구성원을 도구나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경력 개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응원하고 지원하는 모습을 보일 때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야”와 같은 입에 발린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구성원이 리더를 신뢰할 수 있고 리더의 진정성이 느껴진다면 기성세대 눈에는 발칙한 MZ세대 직원이라도 종종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까라면 까는 모습을 보인다.
누군가는 왜 리더만 직원을 이해해야 하고 리더가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져 피곤하다며 툴툴 댈지도 모른다. 하지만 효과적인 리더십은 결국 구성원 스스로 자발적으로 실천했다고 느끼게끔 하는 것이라면 리더는 수고스럽더라도 요즘 직원들의 욕구를 이해하고 이를 공략하고 커뮤니케이션해 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김민경 IGM세계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한경비즈니스에 해당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칼럼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