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로나19 이후 인재 전쟁 가속… 이탈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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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2-08-04 17:58 조회 3,113 댓글 0본문
“한국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엔데믹(endemic·감염병 주기적 유행) 수준으로 낮추는 최초의 국가가 될 수 있다.” 세계적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올해 초 기사 내용이다. 엔데믹으로의 전환에 따라 여러 조직도 정상화를 꾀하기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국내외 안팎으로 그 접근 방식은 다양하다.
‘사무실 출근하지 않으면 퇴사로 간주. 일주일에 최소한 40시간씩 각자의 사무실에서 근무해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사실상 재택근무 종료를 선언하며 조직 구성원에게 이메일로 이렇게 공지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도 사무실 출근 옹호자다. 반면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는 “미국 IBM 직원 다섯 명 중 한 명만 일주일에 3일 이상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앞으로도 총근무 시간 중 사무실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60%를 넘게 할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또한 구글, 애플 그리고 네이버, 카카오 같은 빅테크는 ‘사무실 안 가기’를 경쟁하듯 재택근무에 기반한 출근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의 접근 방식은 각양각색이다.
테슬라, 골드만삭스 그리고 IBM, 구글, 네이버, 카카오가 취하는 전개 방식이 제대로 작동되려면 조직 특성을 반영하는 것은 물론 조직과 구성원 간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애플이 주 3회 이상 사무실에 출근할 것을 요구하자 애플에서 머신러닝 총책임자로 근무하던 이언 굿펠로는 재택근무 때문에 친정인 구글로 돌아갔다. 다른 직원들도 심하게 반발했고 잇따라 퇴사해 사실상 애플의 사무실 출근 지시가 철회된 사례가 보여주고 있는 것과 같이 엔데믹 시대에서 합의 없는 조직의 일방적인 지시는 현재 시점 ‘인재 이동’이라는 엉뚱한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애프터 코로나(AC·After Corona) 3년 안에 주목할 키워드 중 하나로 꼽힌 ‘인재 양성’ 부문에서는 모든 분야에 걸쳐 인재 전쟁이 가속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팬데믹 기간을 지나오는 과정에서 인재 양성 부문의 투자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던 기업과 이를 기회 삼아 내부 역량 강화 일환으로 투자를 강화한 기업 간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조직 정상화에 따른 업무 환경 변화는 인재 이동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다. 더욱이 좋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많은 기업에서 임금 인상, 다양한 복지 지원 등에 투자하며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다.
이제는 엔데믹 시대, 인재 이탈을 방어하려면 세 가지를 기억하라
그렇다면 엔데믹 시대에서 인재 이탈을 방어하면서 이번 과도기를 슬기롭게 보내기 위한 조직과 개인 간 이뤄져야 하는 합의는 어떤 것이 있을까. 다음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춰 볼 필요가 있다.
1. 조직 경험 ‘차이’ 줄이기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또 하나의 조직 경험 ‘차이’를 줄이는 데 집중하라. 코로나19 시작부터 현재까지 같은 기간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이전과 이후의 조직 생활 경험 차이는 ‘엔데믹의 새로운 차이’를 만들어냈다. 여기서의 경험은 ‘코로나19 이전 조직을 경험한 집단과 코로나19 시기에 조직에 입사한 집단이 가지는 각각의 경험’을 말한다. 이는 조직문화, 업무 방식, 팀 빌딩(building) 등 조직 생활 전반에 걸쳐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조직 생활 처음부터 비대면 근무가 익숙한 이른바 ‘코(코로나19) 세대 직장인’은 출퇴근, 회식, 워크숍 등에 비교적 경험이 적다. 때문에 엔데믹을 맞아 부활하고 있는 이런 활동에 적응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양쪽을 모두 경험한 기존 직장인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조직 생활 차이를 극명하게 확인하며 바뀌어야 할 부분과 유지, 강화해야 하는 부분에 관해 개인적 판단 기준을 암묵적으로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조직은 이 부분에서 코로나19 이전의 조직 운영 방식과 엔데믹의 조직 운영 방식 사이에서 버려야 하고 취해야 할 것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더불어 변화된 기준에 합의하는 등 일하는 방식을 재설정하는 환경을 조성해 조직 정상화의 베이스캠프(전초 기지)를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 세부적으로 논의하기
엔데믹에서 일하는 방식이 보다 작은 조직 단위에서 작동될 수 있도록 세부적으로 논의하라. 앞서 말한 조직적 측면에서 합의된 일하는 방식이 실제로 작동되려면 보다 더 작은 조직 단위 상황에 맞춤화된 방식으로의 ‘튜닝(tuning·조율)’이 필요하다. 즉, 조직 정상화를 위한 더 작은 단위의 일하는 방식으로 세분화하고 합의하는 단계를 거쳐 그라운드룰(ground rule·임시로 정하는 경기 규정)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근무제’를 도입한 카카오 본사와 계열사는 ‘일종의 재택근무 상설화’라는 새로운 근무제도를 도입해 이번 7월부터 적용하고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메타버스 근무에 필요한 제도나 그라운드룰에 대한 조직과 구성원 간 논의를 거쳐 업무나 조직 특성에 맞춘 자율 근무 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그 방식으로 구성원 의견수렴, 내부 회의, 베타 테스트 등을 거치면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방식은 더 작은 조직 단위인 본부 또는 팀에도 적용돼 보다 유연한 근무제도가 합의되는 과정에서의 신뢰와 성공 가능성을 키울 수 있는 결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조직 내부 소통 지속하기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조직 내부 소통을 지속해서 실천하라. 앞서 조직과 구성원 간 합의를 이루는 방식으로 추천한 방법이 선순환되기 위해서는 기업에서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조직과 구성원 간 소통이 수반돼야 한다. 소통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지금까지 조직에 지속해서 요구되는 중요한 부분이다. 조직 정상화 시점에서 다시 한번 그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각 대기업은 앞다퉈 구성원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한 다양한 채널을 만들어 내고 수렴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런 움직임은 구성원 사기와 애사심을 높여 조직 정상화에 직원 스스로가 동참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주체적으로 행동하게 돼 궁극적으로 직원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
“조율이란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아무리 좋은 악기라도 조율을 잘못하면 결코 예쁜 소리가 나지 않는다. 아름다운 소리에 힘이 갖춰지면 조율사가 감동하고 다음으로 연주자가 감동하고 끝으로 청중이 감동한다.” 세계적인 완벽주의자도 만족시킨 한국인 조율사인 대한민국 조율 명장 1호 이종렬씨의 저서 ‘조율의 시간’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조율이 가지는 의미를 담백하게 전달하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기존에 알고 있는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꾸는 데는 그만큼의 용기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직면할 기존 개념과 새로운 개념 사이의 합리적인 조율이라는 시도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방법이다. 기업은 이를 구성원이 직접 확인하고 수용해서 실행으로 옮길 수 있게 만드는 최적의 방법을 구사하길 바란다.
이미영 IGM세계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이코노미조선에 해당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칼럼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