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왜 CEO의 어젠다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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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2-07-01 16:10 조회 2,338 댓글 0본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Digital Transformation)을 추진하면 공장이 자동화될 텐데, 앞으로 직원 채용을 몇 퍼센트(%) 줄이면 좋나요?”
올해 DT를 시작하는 국내 중견기업 임원이 한 질문이다. 최고경영진이 DT를 두고 이상적인 결과만을 생각하고 이 임원에게 실제 채용을 줄일 수 있는 계획을 세워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명확한 DT 방향성 없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통계 교육부터 진행하거나 해당 부서에 인공지능(AI) 프로젝트를 지시해 3개월 만에 큰 성과를 기대하는 무리한 일들이 기업 현장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DT를 시작하는 기업 경영자의 고민
실제 DT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도 기업에 적합한 DT 방향성이나 과제 발굴,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 부족한 내부 역량 문제 등 다양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DT를 이제 막 시작하려는 기업 경영자는 크게 다섯 가지 고민을 하게 된다. ① 다가오는 DT로부터 위기감을 느끼고 관심도 있으나 결국 우리에게 적합한 DR(재해복구) 과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② DT 프로젝트 추진을 고려했으나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이 부담스럽다. ③ 우리 기업의 도메인(domain)을 잘 이해하는 DT 전문가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④ DT 경험이 없는 내부 인력만으로 DT를 추진할 수 있는지 걱정이다. ⑤ DT의 출발점은 데이터라는데, 우리 기업은 데이터를 잘 모으지 못한 실정이다.
선도 기업 경영진에게 DT는 최우선 어젠다
DT는 경영자에게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주지만,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DT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조직의 모든 측면에서 결합해야 하는 기본 전략이기 때문이다. 결국 선도 기업의 최고경영진은 DT를 핵심 어젠다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2018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 어젠다 서베이’에 따르면 ‘DT가 기업의 최우선 어젠다’라고 답한 최고경영진 응답자가 87%(중복 응답)를 차지했다. ‘2020년까지 DT를 성공적으로 이행하지 못할 경우, 사업 경쟁력이 악화할 것’이라고 본 응답자는 67%였으며 ‘이미 사업 모델 혁신을 진행하고 있다’는 응답은 49%였다.
올해 2월 한국IDC가 발표한 ‘IDC 퓨처 스케이프(Future Scape)’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 세상으로의 이동이 본격화하고 DT 이니셔티브가 가속하면서 주요 산업에서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가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금융 생태계가 급격히 변하면서 금융권은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제조업의 AI와 데이터 기반 제조 혁신 고도화 작업은 자동화와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의 수요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한 기업의 DT 추진은 많은 투자가 필요한 사안이다. 한마디로, 돈이 많이 든다. 임원의 의사결정 그 이상이 필요하다.
사실 DT의 1차 목표는 ‘생존’이다. 디지털화로 인한 산업구조와 경쟁 방식이 급격하게 바뀌었고, DT로 무장한 경쟁사 역량이 강화하면서 엄청난 위협이 눈앞에 다가왔다. DT로 인해 가치 사슬과 생태계가 혁신적으로 변화할 수 있으나, 선도 기업이 아닌 경우에는 기회 확보 단계마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DT의 2차 목표는 ‘성장 기회 확보를 위한 DT’로, 기업의 일부 사업을 넘어서는 차원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고객 경험을 바꾸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등 최고경영진의 세심하고 강력한 DT 추진이 필요하다.
경영진은 DT 추진 스폰서 역할 담당해야
DT 실행은 장기간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 성과는 불확실하다.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는 긴 시간 동안 추가 역량이나 자원 투입이 필요하고, 전사 운영 방식도 변화가 필요하다. 구성원이 DT의 중요성을 인식하더라도 단기간 성과가 나지 않았을 때, 최고경영진은 조급함을 관리하고 DT에 대한 명확한 비전으로 계속 소통하는 등 DT 추진에 있어서 스폰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선도 기업의 CEO들은 DT를 핵심 어젠다로 인식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2011년부터 8년간 글로벌 화학 회사인 바스프(BASF)의 DT를 이끈 쿠르트 복(Kurt Bock) 회장은 최고의 DT 스폰서였다. 바스프는 DT 추진 초기에 도입 효과에 대한 의문이 있었으나 현재는 디지털을 통한 효율화와 효과성 개선을 확신하고 있다. 이는 데이터와 새로운 디지털 혁신 기술에 근간하고 있다. 복 회장은 ‘바스프를 화학산업 내 DT 선도 기업으로 이끌겠다’는 명확한 비전을 보여줬다. 추진 방식에서도 리더십의 전폭적인 지원과 톱다운(하향식) 방식의 접근을 통해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조직화를 통해 지속성을 유지하고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인력 양성을 위한 변화 관리에 집중했다.
독일의 제조 대기업인 지멘스(Siemens)의 조 케저(Joe Kaeser) 회장은 2014년에 디지털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또 디지털 공장 소프트웨어(Digital Factory SW) 사업에 진출해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전 세계 스마트 팩토리 구현을 실현했다. 디지털화를 통해 가치 사슬을 강화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통한 것이다. 지멘스는 공장 생산라인에서부터 발전소, 컴퓨터단층촬영(CT), 빌딩 관리, 의료 기기에 이르기까지 디지털화가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그 결과, 지멘스는 사물인터넷 플랫폼 파트너 네트워크 조성 등 디지털 사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비전과 연계된 기술 투자도 함께 끌어냈다.
DT는 더 이상 유행어가 아니다. 이는 오늘날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모든 회사에 필수적인 단계다. 무엇보다 최고경영진과 임원, 전 직원이 DT에 대한 비전을 정립하고 ‘우리 기업에 DT가 왜 필요한지’를 두고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안미현 IGM세계경영연구원 디지털인재혁신본부 주임교수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이코노미조선에 해당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칼럼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