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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리더의 현명한 의사 결정을 막는 ‘몰입 상승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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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2-02-08 09:46 조회 2,82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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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비 많을수록 빠지기 쉬운 함정…잘못된 결정 정당화보다 '반대 의견'에 귀 기울여야 

리더의 현명한 의사 결정을 막는 ‘몰입 상승 현상’ [이태석의 경영 전략] 

계속되는 팬데믹(감염병의 새계적 유행)은 경영 환경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기업들은 대응 전략 수립에 고심한다. 하지만 기업의 가용 자원은 한정적이다. 어떻게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해야 할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이때 리더의 의사 결정에 따라 조직의 미래가 좌우된다. 사례들을 보자. 


2004년 제너럴모터스(GM) 이사회는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었다. 자사가 보유한 차량 브랜드인 새턴 사업부를 폐쇄할 것인가 아니면 계속 유지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한 것이다. GM은 새턴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20년간 150억 달러(약 17조9000억원)를 투자했지만 단 1센트도 건지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새턴을 용도 폐기하라고 주문했지만 GM으로선 드물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던 브랜드였다. 경영진은 어떤 의사 결정을 했을까. 그냥 현상을 유지했을까, 아니면 폐쇄했을까.

둘 다 아니다. 놀랍게도 30억 달러를 더 쏟아부었다. 이른바 ‘새턴 구하기’였다. 그 후 어떻게 됐을까. 적자 폭이 계속 늘어났다. 새턴은 결국 2008년 정부 구제금융의 대가로 매물로 나왔고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 결국 2010년 문을 닫았다. 27년간 발생한 손실액은 200억 달러(약 23조8000억원)였다. 


사업 구조 재편에 200억 달러 낭비한 GM

경영진은 왜 이런 결정을 하게 됐을까. 그들이 어리석었던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아주 똑똑한 집단이었다. 당시 최고경영자(CEO)였던 릭 왜고너는 고교 시절 부터 학업에 두각을 나타냈고 미국의 명문대인 듀크대를 졸업했다. 게다가 하버드대에서 MBA 학위까지 받았다. 


다른 경영진도 똑똑하고 우수한 두뇌 집단이었다. 그런데 왜 가망이 없어 보이는 사업에 많은 돈을 쏟아부었을까. 그들은 새로운 투자 전략과 새로운 CEO가 새턴사업부를 제 궤도에 올려 놓을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장면이 있다. 비슷한 시기에 GM은 한국의 ‘대우자동차’를 인수했다. 릭 왜고너 CEO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그때 나는 흥분을 감추기 어려웠다.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에서도 통할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회사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는 “GM대우(한국GM의 옛 이름)는 적절한 원가 구조와 제품 개발, 생산 능력도 강력해 앞으로 GM 전체의 성장을 이끌 중요한 회사가 될 것”이라고 극찬하며 장밋빛 미래를 얘기했다. ‘미스터 GM’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왜고너 CEO의 강한 믿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엔 HMV의 사례를 보자. 이 회사를 알고 있는가. 아마 잘 모를 것이다. 스피커 앞에 앉아 있는 강아지 로고를 가진, 한때 세계 최고의 음반 회사였다.

전 세계에 320개의 매장을 갖고 있었다. 2002년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기업 가치는 약 10억 파운드에 달했다. 그 무렵 시장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음악 CD는 슈퍼마켓에서 할인 판매되고 있었고 아마존과 애플은 인터넷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위기가 도래하고 있었지만 HMV 경영진은 기존 사업을 고집했다. 아니 더 키웠다. 파산한 경쟁사의 매장을 오히려 사들였다. 2008년 매장 수는 600개가 넘었다. 직원들은 시장 변화를 걱정했다. 하지만 경영진은 도리어 화를 내면서 이렇게 얘기했다.

“전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슈퍼마켓 체인들이 우리 사업의 골칫거리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진정한 음악 팬들은 슈퍼에서 음반을 사지 않는다. 그리고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는 단지 일시적인 유행에 불과하다.” 


이후 상황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 뒤늦게 경영진은 디지털 음반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너무 늦었다. 결국 회사는 2013년 1월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

두 사례의 공통점을 파악했는가. 둘 다 초기의 결정이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밀어붙이다가 크게 실패했다. 이른바 ‘몰입 상승의 함정(escalation of commitment)’에 빠진 것이다.

이 현상은 베리 스토 UC버클리 경영대 교수의 연구에서 최초로 등장한다. 특정 사안이 시행 도중 부정적 결과를 보여 실패할 것을 알게 된 상황에서도 자신의 책임이라고 느끼게 되면 오히려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게 된다는 의미다.

과거의 결정에 집착해 계속 투자를 늘리는 현상이다. 이 함정에 한 번 빠지면 소위 잘나가던 기업도 쉽게 헤쳐 나오지 못한다. 일본 소니가 그랬다. 가전 사업이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못했다. 10년 넘게 자원을 쏟아붓다가 약 9조원의 손실을 본 뒤에야 사업을 접었다. 


의사 결정의 과정을 개선하라

세계 3위 슈퍼마켓으로 불렸던 테스코도 마찬가지였다. 테스코는 아시아 시장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2007년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2010년까지 지속적인 적자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다가 2013년 약 12억 달러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고 파산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심리적 이유다. 자신의 결정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욕구가 발동한다. 방향을 바꾼다는 것은 애초 결정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해결책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조금만 더 투자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스스로를 속인다. 그런 행동을 통해 자신은 잘하고 있다는 자아감을 지킬 수 있다.

둘째, 매몰비용(sunk cost)이다. 되돌릴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기업의 광고비, 연구·개발(R&D)비처럼 일단 지출하고 나면 회수할 수 없는 돈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현명한 처신은 잊는 것뿐이다. 하지만 많은 CEO들은 그동안 쏟아부은 돈을 아까워하면서 계속해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 오류를 범한다. 비용이 과다할수록 더 쉽게 함정에 빠진다.

셋째, 외부의 압력이다. 일단 시작한 사업을 중간에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 중에는 구성원들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작용한다. 특히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리더에게는 지지 세력의 붕괴라는 부담이 생긴다. 결국 중간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애초의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더 깊이 개입하게 되는 오류를 범한다.

어떻게 하면 이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어도 줄일 수는 있다. 방법은 의사 결정을 하는 ‘과정’, 즉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일이다.

첫째, 자유로운 대화의 장을 마련한다. 의사 결정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자료가 아니라 결정에 이르는 대화의 수준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신선한 통찰력’, ‘독립적인 사고’, ‘활발한 토론’이 그 핵심이라고 했다. 기존의 아이디어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라도 신선한 통찰력을 언제나 환영해 주며 소수의 의견이라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 두려움이나 편견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생각을 제시할 수 있어야 의사 결정의 질이 나아진다.

둘째, 악마의 변호인을 지정한다. 어떤 사안에 대해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의 역할은 모두가 찬성할 때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악마의 변호인을 두 명 이상을 지정해 두면 효과적이다. 왜 두 명 이상일까. 혼자 반대하는 데는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동료들도 사람이다.

반대 의견을 들으면 기분이 상한다. 자신도 모르게 반대론자가 미워질 수 있다. 하지만 두 명으로 두면 미움이 한 사람에게 쏠리는 것을 막아 준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대충 건성으로 반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 인위적인 반대는 오히려 토론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진정한 반대여야 하고 논리와 근거 자료는 필수다.

셋째, 선택할 옵션을 확대한다. 특정 의견을 제시할 때는 반드시 두 개 이상의 옵션을 제시하도록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다른 옵션을 제시하지 않으면 그 사람의 아이디어는 검토하지 않는 방법이다. 이것은 특정 사안을 채택할 거냐 말거냐 하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방지하고 다양한 옵션을 생각하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앞서 말한 HMV 사례로 돌아가 보자. 온라인 사업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온·오프라인 사업을 동시에 고려하는 옵션을 제시하면 어땠을까. 그러면 기존 사업의 안정감과 새로운 온라인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같이 확보할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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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석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IGM세계경영연구원은 한경 비즈니스에 해당 컬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201124028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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